나는 항상 엄마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래에서 자랐고 대학 진학을 하고부터는 학교생활부터 사회생활까지 멀리 서울에서 보내느라 떨어져 지냈던 내가 30대가 돼서야 엄마와 본격적인 동거를 시작하면서 느낀 대부분의 생각들은 결국 '엄마는 혼자 살아야 해.' 하고 결론짓게 만들었다.
내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것에는 서울살이의 팍팍함이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바로 엄마였다. 엄마가 갱년기를 겪으며 너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본가로 내려오게 됐다. 엄마 혼자 꾸려 살던 작은 집에는 내 공간 하나 제대로 만들어 쓰지 못했지만 전세 대란이 일어나고 새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저렇게 맞춰 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혼자 지냈던 엄마는 혼자의 삶에 익숙했다. 그런 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도 참아보려고 했다. 갱년기라는 엄마 본인도 어쩔 수 없는 무기를 장착한 무적이라서 같은 여성으로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고 안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당신밖에 모르는 삶은 점점 나를 힘들게 했고 참다 참다못한 나는 엄마와 다투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엄마와 계속 붙어살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엄마는 누가 있든 말든 화장실 문을 열고 볼 일을 봤다.
엄마는 2층 커다란 창문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엄마는 변비가 심해서 늘 화장실에 갈 때 담배를 물고 들어갔다. 냄새에 민감한 내가 지랄병에 걸린 사람처럼 구니까 그때부턴 실내흡연을 안 하게 됐는데 한동안 당신의 변비를 내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엄마가 혼자 살던 집으로 내가 들어온 거라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작은 방에는 나의 짐들로 가득 찼다. 자연스럽게 엄마와 나는 큰 방을 함께 쓰게 됐는데 괜찮다가도 밤만 되면 성질이 났다. 엄마는 매일 새벽까지 TV를 큰 소리로 켜놓고 있다가 켜놓은 채로 잠들었다. 잠잘 때 불빛이나 소리에 예민한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걸로 매일같이 전쟁을 치렀다.
그렇게 동거 생활이 불편하면 혼자 나가 살아도 될 텐데 왜 굳이 같이 살고 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일단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두 배로 쓸 돈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는 나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게 의지를 넘어 의존했다. 보통은 돈 문제로 그랬다. 어떤 게 필요한데, 월세 낼 돈이 없는데, 어떤 게 갖고 싶은데, 오늘 장날인데. 서른마흔다섯 가지 이유로 돈을 받아갔다. 필요에 의해서 돈을 빌릴 때는 빌린다는 말을 하지만 갚은 적은 거의 없다. 엄마는 살림은 잘하지만 경제력도 경제관념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엄마를 혼자 둘 수가 없었다. 물론 엄마의 갱년기도 큰 몫을 했다. 지나치게 땀을 흘리며 더워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힘들어하는 엄마는 더더욱 혼자 둘 수가 없었다.
나는 항상 엄마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혼자 둬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엄마와 나의 동거생활은 전쟁 같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그 노력은 내쪽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서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