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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 애도

Epilogue.

by 김커피

조금은 무게를 덜어낸 마음으로 출국 수속을 끝내고 김해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는 일몰의 빛은 여러 감정을 솟아나게 했다.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 현실에 맞닿으니 두려움이 엄습했던 걸까. 무사히 착륙을 하고 들어와 입국이라는 표지판의 글자를 보자마자 울컥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울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내 목표의 끝까지 내달렸고 그 자리에서 잘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날 해왔던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상황은 지난날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만 만들었다.


이윽고 리무진 버스가 동네 정류장에 서자마자 나는 캐리어를 끌고 건너편 상가의 슈퍼로 향했다. 언젠가 1등 당첨자가 나왔다던 로또 판매점. 그렇다. 나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로또부터 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버스 창밖을 보며 질질 짜던 사람이 현실로 한 계단 내딛자마자 로또부터 샀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후쿠오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동행인이 있었고 1인 탑승자가 없던 터라 수속을 할 때 항공사 측에서 양해를 구한다며 내게 비상구석에 대해 의사를 물었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나는 비상구석에 앉게 됐다. 비상구석에 앉는 사람은 비상시에 승무원을 도와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왠지 모를 의무감에 이륙 전 개인 교육 때 집중해서 듣고 안내 책자를 보며 복기했었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진짜 그런 상황이 생기면 침착하게 구조를 돕자, 이런 생각으로. 착륙하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후쿠오카를 다녀오고 보름쯤 지난 어느 날 아침, 속보로 나오는 뉴스. 내 두 눈으로 보는 화면 속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분들과 현장에 계셨던 분들의 힘듦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몇 날 며칠 뉴스만 보며 이입이 심해서 정말로 힘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가 겪은 아픔도 크지만 남이 겪은 슬픔은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 그래서 모른 척할 수 없는 사람.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온 마음 다해 애도하는 것,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바랄 뿐이었다.

뒤늦게나마 기록되는 글이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일이 자꾸만 반복해서 생긴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고, 나는 그 우리에 묶여 있다. 묶인 끈을 놓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갑작스러운 여행을 택했고 늘 그래왔듯이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과연 앞으로의 나는 계속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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