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 커피 노 라이프

LIFE WITH GOOD COFFEE

by 김커피

어디를 여행하든 내 눈이 가장 빠르게 찾는 단어는 COFFEE 또는 CAFE. 커피와 카페 일로 상처받은 내가 그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기 위해 찾은 후쿠오카에서는 특히나 마음 깊숙이 내려와 닿는 단어였다. 그랬기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지 않은 곳도 보일 때마다 찍어두었다. 다만 찍을 때마다 가늠했다. 저 간판과 함께 걸린 자부심과 노력들. 주인장들의 피땀눈물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넌덜머리 나는 현실에 당분간은 커피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커피 쪽은 보지도 말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쿠팡 물류센터 알바라도 가야지. 실로 그런 마음을 먹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김커피라는 필명을 지을 때가 떠올랐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김커피로 살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주변인들에게 이름보다 더 이름처럼 불리며 입에 착 붙는 것이 커피라는 명사 자체로 나 자신이라 느껴졌다. 운명처럼 느끼던 커피라는 존재, 커피 그 자체라고 느끼던 나라는 존재. 억세게 운이 나빠 이런 일을 겪었지만 그것들을 버릴 수 있을까.


후쿠오카의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한 커피집을 찾았을 때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는데, 입구 옆쪽에 새겨진 짧은 문구 때문이었다. LIFE WITH GOOD COFFEE. 좋은 커피와 함께하는 삶이라니.

나는 그 문구의 커피가 마시는 커피면서도 나 자신인 김커피 같기도 했다. 나쁜 일을 경험했지만 좋은 커피로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그 삶에는 항상 맛있는 커피가 함께하길 바랄 뿐이니까.


그래서 나도 나만의 문구를 간직하듯 아로새겼다.

NO COFFEE, NO LIFE.

이건 내 선택이었고 선택에 따른 모든 것들은 내 몫이다 천천히 받아들이며. 다시 시작할 내 삶에 어떤 커피가 들어와 있을지, 어떤 커피가 되어있을지 기대해 보면서.

아무래도 후쿠오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LIFE WITH GOOD COFFEE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