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김대리의 클래식음악플레이리스트
안녕하세요. 김대리입니다. 8월 1일 정말 오랜만에 28일 클래식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올리고 4일만에 찾아뵙네요.
제가 집계약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동안 큐레이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매일 올려야하는데, 그래도 다시 만회해보고자 오랜만에 큐레이팅해서 올립니다.
처음으로 어른으로서 해본 계약이라 ‘실수하면 어쩌지’, 혹은 ‘내가 놓친거 있어서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으로 7월을 보냈습니다. 항상 얼굴에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가득했고 그 와중에 거의 아침 7시 30분에는 꼭 출근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8시에 출근했는데 그동안 느껴지지 않았던 햇살이 느껴지고 안들리던 새의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잠깐의 여유를 느끼고자 분당 리사르 커피에서 커피 한잔도 했네요.
이제는 좀 먼발치서 따라오지 못한 제 영혼을 달래줄 시간입니다. 김대리의 클래식음악 플레이리스트 8월 1일 시작합니다. 링크는 아래 클릭하세요. (7월 29일 큐레이팅을 했던 걸 올립니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모티브
오늘의 모티브는 말론 브란도입니다.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 영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브루크너 교향곡 7번과 같이 넣은 것인데요. 오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1. Tchaikovsky – The Sleeping Beauty, Op.66 (Pletnev Transcription)
Daniil Trifonov
원래는 발레음악이지만, 트리포노프가 이를 피아노로 편곡하며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몽환적인 음색은 마치 잊고 있던 감정을 조심스럽게 깨워주는 듯합니다. 현실을 떠난 감정 속에 잠시 머물고 싶으시다면 이 곡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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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opin – Nocturne in B major, Op.9 No.3
백건우
흔히 알려진 No.2보다 훨씬 더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곡입니다.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는 과장 없이 조용하게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말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으실 때,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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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vořák – 4 Romantic Pieces, Op.75 No.1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 르노 카퓌송
드보르자크 특유의 토속적인 정서와 따뜻한 서정이 묻어 있는 곡입니다. 카퓌송과 부니아티쉬빌리의 연주는 강하지 않지만 진심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차 한 잔과 함께 듣기 좋은, 잔잔한 위로의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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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hopin – Waltz in B minor, Op.69 No.2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왈츠이지만 춤추지 않는 왈츠입니다. 흘러간 시간과 지나간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곡이죠. 루빈스타인의 해석은 그리움과 단념 사이, 멜랑콜리의 본질을 건드립니다.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고 싶은 날에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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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ozart – Piano Concerto No.23 in A, K.488: II. Adagio
마우리치오 폴리니
고전의 정제된 구조 안에 슬며시 스며든 낭만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폴리니는 이 곡을 너무 감정적으로 끌어가지 않고, 차분하고 고요하게 연주합니다. 여백의 감정이 필요한 날에, 이 음악이 말을 대신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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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rahms – Symphony No.3 in F, Op.90: III. Poco allegretto
베를린 필하모닉,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브람스가 말하는 슬픔은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고요하지만 단단하고, 울지 않지만 오래 남습니다. 이 악장을 좋아하신다면, 이미 삶의 많은 감정을 지나오신 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어른의 품격이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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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hopin – Andante spianato & Grande Polonaise brillante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앞부분의 안단테는 마치 잔잔한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서정, 후반부 폴로네이즈는 단정하면서도 화려한 정리입니다.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감정을 흘려보내기보단 조심스럽게 붙들어 줍니다. 마르타 아르헤비치의 스승이기도 한 그의 연주는 전설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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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zart – Sonata for Piano and Violin in F, K.377: II. Andante
우치다 미츠코 & 마크 슈타인버그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늘 품위 있고, 이 악장은 특히 따뜻한 대화를 닮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마음을 감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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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hopin – Étude, Op.10 No.4 in C minor
임윤찬
화려한 기교 속에서도, 임윤찬의 해석은 감정을 세밀하게 조율합니다. 이 곡은 단순히 빠르거나 어렵기만 한 음악이 아닙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 어떻게 고요하게 품위를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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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Granados – Escenas Románticas VI. Epílogo
라파엘 푸야나 (편곡: F. 투리나)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에 찾아오는 ‘정적’ 같은 곡입니다. 에필로그란 단어처럼, 하루의 마지막 페이지에 남겨두고 싶은 음악입니다. 말없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은 밤, 이 음악이 아주 깊은 평화를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전 아직 어린 아이였습니다. 이번 일 계기로 어떤 책임감과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주변에서 결혼이든 육아든 회사를 다니시면서 해내는 여러 동료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 눈 속에 그들의 인생이 보입니다.
이해하고, 인내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모두들 단단해지셨나보다라고 느끼며 오늘의 클래식음악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께 바칩니다.
김대리의 클래식음악플레이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