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알라' 기질을 가졌다. 가졌단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동물을 엮어주는 심리 테스트를 해본 결과, 그랬다. 나는 '평화를 사랑하며 모두와 잘 어울리는 성격 좋은 중재자형'이었다. 나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영어로 Cozy. 그러니까, 아주 다정하고 편하다는 뜻이겠지. "코알라 기질은 다정하며 성격 좋은 사람입니다.", "잠을 잘 자고 화가 많이 없는 유형입니다." 덧붙여 이렇게도 말한다. '마음이 따뜻하고 동정심이 많으며 느긋한 유형입니다. 코알라의 경우 특이하게 넓이를 추구하며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가. 나는 내가 '코알라'와 어떤 기질이 닮았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러니까, '코알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포근할 것 같고, 나뭇잎을 좋아하는 것 같고, 코가 귀엽게 생겼다는 것 말고는 더 아는 내용이 없다. 이 심리 테스트를 만든 사람은 '코알라'의 기질을 어떻게 정확하게 알고 나와 비슷하다 생각하여 엮었을까. 사람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심리 테스트라는 것은 단순히 심심풀이로 사용되곤 한다. 할 때만 오, 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알파벳 4개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 MBTI에 관련하여서도 그랬다. ENFJ였다가, INFJ가 된 이후부터는 뭔가 좀 스스로도 조용해진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리 신경 쓰진 않았다. 다만, 주변에서 자꾸 '네가 I라고? E 아니고?'라고 종일 묻는 것이 힘들었다. 이럴 때면, MBTI 검사나 성격 검사 같은 것은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대신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보는 내가 어쩌면 진짜일 수 있으니까. 더 정확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나를 너무나 유하게 본다. 꽃 중의 꽃이라는 자기 합리화(花)로 정원을 만들어놓은 나로서는 어쩌면 그게 더 유용한 내 성격 파악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다시, '코알라'로 돌아와서. 그래서 나는 다정다감한 사람인가. 잘 모르겠다. 가끔 누군가들이 나에게서 어떠한 다정을 보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 스쳐간 나의 다정히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 내가 어디가 다정했던 것인지 다시 알려달라고 묻는 건 너무나도 웃긴 일이니 물어볼 수도 없다. 그저 대충 짐작만 할 뿐.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다정하게 굴게 되지 않나.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야말로 진짜 나니까. 거봐, 이러니까 남들이 성격 테스트를 대신해줘야 한다니까.
심리테스트나 성격 테스트를 할 때마다 매번 초록색의 배경에 평화의 깃발을 흔드는 캐릭터들이 나온다. 전쟁을 싫어하고, 싸움을 싫어하고, 매번 중재를 하려 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과 연민이 많고, 어쩌고 저쩌고……. 예전에는 온화해 보이는 나의 캐릭터가 싫었다. 나도 속이 들끓는데, 나도 파이터의 기질이 있는데, 왜 매번 중재자야! 중재자 이제 지겨워!라고 생각했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이 나는 '코알라'다.
싸움을 싫어해서 애초에 끼기도 싫어하고 그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으로 그 순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니까. 나보다 남을 더 위하고 가끔 손해 보는 것도 나니까. 이렇게 보니 정말 '코알라' 기질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라고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