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by 김단한

수백 개의 마음을 다 맞추기란 어렵다. 나의 마음조차도 아침 다르고, 점심 다르고, 저녁 다르고, 분마다 다른데 어떻게 모든 마음에 정확히 들어맞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갖가지 모양의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단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에. 내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열쇠가 무슨 모양인지 잊어버린지는 오래다.


나는 자주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쓴다. 쓴다기보다는 그게 이미 몸에 배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해야 맞겠다. 예를 들면, 나는 전화통화를 하거나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가 한없이 높아진다던가,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멀미가 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인다던가, 바보같이 웃는다던가 하는 행동을 동시에 해낸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사회성을 120% 끌어내어 행동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엎어져 모래에 얼굴을 묻고 영원히 그대로 있고 싶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물론, 피드백을 원하는 메시지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몇 번이고 고민한다. 모든 것이 '나'를 주체로 하지 않고, '남'을 주체로 하는 삶을 사는 것은 심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각은 주로 새벽에 쳇바퀴 하나를 대동하여 내 옆에서 달달 거리며 돌고, 돈다. 나를 주체로 하는 삶을 살자,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소통이 잘 되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여러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니 내가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들에게 잘해야 한다, 남을 기분 나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럼 나는 언제 '나'의 마음을 돌보지? 의 반복이 계속된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은 누구나에게나 해당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무작정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 그저 한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데, 이게 또 갈래가 나뉘는 것이 문제다. 좋은 사람으로 끝나면 좋은데, 좋은 사람에서 조금 더 웃으면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조금 더 웃으면 맹한 사람, 거기서 조금 더 웃으면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바보 같고 맹하고 거절 잘 못해서 뭐든지 시키기 좋은 만만한 사람이 되고 만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5~30분 정도 모닝 페이지를 쓴다.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을 무방비의 상태로 마구 써내려 가는 것인데, '적절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문장은 나의 모닝 페이지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문장이다. 나는 적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떻게 다지냐면…… 별 거 없다. 뭐든 '적당히' 하자는 것으로 타협을 보는 것이 전부다. 적당히 웃고, 적당히 내 마음을 돌보고, 적당히 상대방을 생각하는 식으로. 그러면서 적당히 보다는 조금 더 나를 생각하는 하루를 보내보기로 다짐한다. 사실,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나의 마음의 집을 두른 허리춤까지 오는 울타리는 허물어져 있다. 마음의 집은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나무 계단은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마음을 고쳐주러 나는 여러 가지 장비를 들쳐 메고 길을 나선다. 이래서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나의 마음에 아무도 들일 수 없다. 나는 발걸음을 돌려 조금은 먼발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여기부터 좀 고쳐야,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굳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하지 않아도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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