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갉아먹는 것에 몰두하지 말 것

by 김단한

듣기 싫은 소리와 듣기 좋은 소리가 적당히 버무려진 이야기를 들으면, 좋은 이야기를 들으며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데, 나는 싫은 소리만 쏙쏙 골라 들으며 나를 갉아먹곤 한다.


어린아이가 싫어하는 반찬을 골라 쏙 빼먹듯이 싫은 소리를 골라 듣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나는, 그러므로 매번 책을 내거나 글을 쓸 때마다 잔뜩 움츠러든다. 이 글이 과연 세상에 나올만한 글인가,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등등의 생각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에세이는 물론이고, 매번 상상하던 것을 문장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소설의 경우에도 나는 혹시나 내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을까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물론 이것이 글을 쓰는 하나의 태도가 되어야 함은 맞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심각하게, 모든 피드백을, 듣고,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솔직히 피드백에 있어서는 좋다는 이야기를 흘려듣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 그러니까 조금 더 보완했으면 좋겠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것을 토대로 하여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거나 아쉬웠구나 생각하고 다음의 글을 쓸 때 조금 더 생각하고, 의식하고, 또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 내가 선택한 이 길의 업인데. 나는 쿠크다스 멘털이라 좋은 이야기에도 바사삭,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도 바사사사사삭이 되어버린다.


2020년에 첫 독립출판을 시작하여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매번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구체적인 피드백이 정말 좋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장문의 메시지를 받게 되거나 보게 될 땐 왠지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된다. 그리고, 그 주먹엔 늘 땀이 찬다. 어떤 것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당연히 반응을 기다려야 함이 옳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 반응이 있는 것이 우선이고 더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나의 문제는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나를 갉아먹는 것에 집중하는 것'에 있다.


앞서 좋은 이야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썼다. 여기서,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들이 있다. 내가 나를 '갉아먹는다'라고 표현하게 되는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왜, 어느 부분이 아쉽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이야기해주지 않고,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라던지, '왜 맨날 이 작가는 왜 다들 아는 이야기를 이렇게 빙빙 둘러가면서 쓰나?' 하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대뜸 혼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의도한 바와 읽는 분들이 생각한 바는 당연히 다를 수 있다. 나는 내가 쓴 모든 글이 읽는 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뒹굴뒹굴 여기저기를 구르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모든 의견들을 수용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러한 피드백을 받으면 거기서부터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이다. 내가 싫으신 건가,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잘못된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오래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으로서, 매번 많은 분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들으며 살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이래서 큰일이다. 다른 작가분들은 피드백을 듣고 툭툭 털어내고 다음 글을 쓰러 멋지게 다시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금세 엎어진다. 자, 여기서 중요한 건,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일어나는 방법만 알면 된다. 나의 글에 대해 '아쉽다' 표현한 사람도 있지만, '충만하다'라고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읽었어요, 마음이 따뜻합니다.' 해주시는 분들도 분명 있으니까.


모든 것을 듣고 그냥 흘리지 않되, 모든 것을 다 마음에 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마음을 교묘히 갉아먹는 어떤 말들은 사뿐히 밟고 올라서 다음 글을 쓰자. 다음 일을 하자……라고 생각하지만, 정말이지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은 너무 어렵다. 마음이 마음처럼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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