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의 목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을 쓰는 것이니, 정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을 하나 적어보도록 하겠다. 오늘 아침의 나는 어제저녁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일찍 좀 자라고.
나는 잠이 없는 편은 아니고, 잠에 잘 들지 못하는 편이다. 소소한 불면을 겪고 있는 것인데, 사실 이 불면은 전부 내가 자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자기 전에 나는 무엇을 읽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되면 읽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듣고 싶고, 또 보고 싶어 진다. 책을 덮은 후에 침대에 누워서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침대에서는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침대에서 먹는 것 빼고는 다 한다.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까지. 침대를 온전히 자는 곳으로만 만들면, 몸이 기억해서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 수 있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이미 망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는 비로소 '쉼'을 떠올린다. 나는 주로 음악을 듣거나, 아주 짤막한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시간을 그냥 흘린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픽, 하고 웃을 수 있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을 본다. 종일 일에 치이고, 무언가를 쓰느라 머리를 썼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곤 하는데…… 나는 좀 정도가 지나치게 스마트폰과 잡생각과 노느라 잠을 뒷전으로 두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려면, 온갖 생각이 밀려와 마음을 이리 뒤집었다가 저리 뒤집어놓으니, 차라리 잠에 치여 쓰러질 때까지 무언가를 보는 것을 택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이다. 나는 주로 새벽에 나의 흑역사나 지우고 싶은 순간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아니, 왜 그런 기억을 관리하는 누군가(?)는 그 시간에만 활동을 하는 걸까,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책장 넘기듯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곧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건 기본.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으니 뭔가를 보거나 듣는데 모든 힘을 쓴다. 이러니, 다음날이 피곤할 수밖에.
이제 나의 몸은 건강을 신경 써야 할 때가 되었다. 밤을 새우거나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온갖 곳에서 신호가 밀려온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내가 아직 밤을 새도 괜찮을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와 몸의 상태는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곧장 몸 상태로 깨달았다.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의 피로를 동시에 얻게 되니, 잡생각과 흑역사와 한바탕 뒹군 날엔 다음날이 무척이나 괴롭고 허망하다. 밀려드는 생각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온갖 노력을 해봐도 정말이지, 무작정 치고 들어오는 생각엔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을 놓거나, 잡생각을 하지 않아야만 잠을 잘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놓으면 잡생각이 나고,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스마트폰을 봐야 하니 이거 참.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이란, 아주 식상하고 간단하다.
잡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잡생각에도 끝이 있다. 흑역사를 떠올리는 것도 어느 한 프로가 끝나듯이 그 순간만 지나면 끝이다. 고개를 흔들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이 요망한 것은 자꾸 나를 따라와 끝까지 그것을 굳이 보게끔 만든다. 그러면, 봐주는 수밖에. 흑역사이든, 잡생각이든, 나의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순간은 의외로 짧다. 사실, 매번 보다 보면 이젠 좀 무뎌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흑역사와 잔잔하게 밀려드는 잡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들이랑 아주 조금만 놀다가 잔다. 다 놀아줬지? 이제 자도 되지? 하는 심정으로.
기억이 '바랜다'는 표현이 있지 않나. 책 한 권도 자꾸 들춰보고 오래 보면 종이가 낡듯이, 어떤 기억은 무척이나 생생하지만 또 오랫동안 생각한 어떤 기억은 바래기도 한다. 매 순간 떠오르는 잡생각이나 어떠한 순간의 기억의 주체가 '나'이니,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것도 '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편하게 잠드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고 그렇다.
내일은 또 한 주의 시작이니 오늘은 일찍 자보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잠에 들 때까지 잡생각+흑역사와 싸워야 하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도 파이팅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