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뀐다

by 김단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아직은 날이 춥다. 나의 체온과 강아지의 체온이 반반 섞인 따뜻한 이불을 벗어나는 일은 꽤 위험할 것이다. 위험을 직감한 나는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울리는 알람을 보란 듯이 꺼버렸다. 덕분에 야심 차게 세웠던 아침의 일정이 모두 무너진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는 일,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는 일,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게 마음을 다지는 일,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 일, 아침 일기를 쓰는 모든 행위가 속절없이 엎어지는 도미노처럼 탁, 탁 소리를 내며 넘어간다.


다음으로 하는 모든 일은 그러므로 첫 단추를 잘못 꿴 셔츠를 입은 것처럼 허망하다. 일말의 죄책감을 안고 시작되는 일은 매끄럽지 못하다. 나는 정오가 되기도 전에 쉽게 하루를 포기하고 싶어 진다. 다시 내일부터 적당히 일찍 일어나며 모든 것을 완벽히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충동에 휘말린다. 그러므로, 오늘은 막살아도 되지 않을까… 내일부터 열심히 살 건데, 오늘은 그렇게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잠시 쉬어주는 날로 정하면 안 될까…….


시시각각 나의 모든 행위를 방해하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뿐이다. 사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순간부터 나는 하루를 반쯤은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거슬리는 상태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을 겨우 끔뻑인다. 밖에서 들리는 소음과 바로 옆에서 튼 것과 같은 위층 TV 소리 때문에 오늘은 제때 할 일을 마칠 수 없을 것만 같다. 밖은 여전히 춥고, 날씨가 곧 비가 올 것 같이 싸늘해서, 운동을 하러 나가는 일도 내일로 미뤄야만 할 것 같다. 미루는 일은 쉽다. 단숨에 일어난다.


글을 쓰고자 책을 읽는다. 적당한 분량을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달궈질 테니 글을 쓰기도 쉬울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자 하니 굳이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영상이 더 당긴다. 짧은 영상은 아주 간략하고, 요약되어 있고,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나는 그 자극을 딱 삼십 분만 경험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보다가, 짧은 것을 길게 보고 싶어 다른 영상을 보고, 그러다 그와 관련된 영상을 또 보고, 한 시간을 더 경험해 보기로 한다. 이렇게 영상을 보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자 영감이니 오늘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지 않아 마음이 달궈지지 않았으니, 글을 쓰는 것도 내일 하자.


일찍 자려고 마음먹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잠시 일어나 앉는다. 별생각 없이 배가 고프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고 문득 배가 고프다는 생각만이 강렬해진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은 또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오늘은 먹어주고 내일부터는 야식과 군것질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당찬 의지를 되새겨본다.


내일부터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끝없는 영상의 쳇바퀴를 굴리다 까무룩 잠이 든다. 알람이 울린다. 잠을 얼마 자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굳이 지금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냥 늦게 일어나도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이란 계획은 변함이 없으니, 조금 더 자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더 피곤하지 않고 말똥한 상태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지친 나는 금세 울리는 알람을, 반복적으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무언의 손짓을 거부한다. 사방이 고요해지지만, 머릿속은 시끄럽다. 너무나 사소해 따지기 애매한 층간소음처럼, 무언가 머리를 쿵쿵 밟고 돌아다니는 것을 나는 기어이 모른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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