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을 꿈꾸는 것에 관해 스스로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비혼주의자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다. 그들은 걱정과 근심을 가득 얹은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럼 나는 대답한다. '그냥'. 그냥 그런 생각을 하게 됐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아주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자연스레 해왔고, 그래서 그래. 뭔가 더 멋있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이야기하게 된다. 그냥, 그냥.
'그냥'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냥' 하기 싫어. '그냥' 나는 결혼보다 하고 싶은 게 많아. 그럼 그들은 또 우려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생각은 금방 깨지게 마련이야. 너 지금까지 괜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야. 비혼이라고 말하는 애들이 더 빨리 결혼하더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어쩌고.
내가 왜 비혼을 원하는지, 내가 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지에 관해 나는 나를 설득하는 것보다 더 많은 품을 들여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이게 왜 설득해야 하는 일이지? 가끔은 허망하다. 끝없는 굴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가 오간다.
친구 : 그래서, 왜? 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데? 우리 나이면, 늦은 거야. 얼른 해야 해.
나 : 그냥, 하기 싫어. 우리 나이가 왜? 나는 평소에도 나이에 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친구 1 : 너는 참 희한해. 아니, 잘 몰라서 그래. 결혼할 사람이 나타나면 또 생각이 달라질 거야.
나 : 이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냥, 나는 결혼은 좀 어려워.
친구 2 :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어려운 거야. 가정을 꾸리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아기도 낳고.
나 : 아기 낳기 싫어. 그냥 나는 아직 나랑 더 친해지고 싶어.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나랑 살고 싶어.
친구 3 : 그게 아니라니까. 결혼하고도 너 안 잃어, 걱정 마. 그게 결혼이 마냥 무섭다고 생각하는 애들의 특징이라니까.
나 : 아기를 키울 자신도 없어. 나는 한 생명을 책임질 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나도 나를 모르는데….
친구 4 : 누구는 자신 있어서 키우니? 다 하다 보면 저절로 되는 거야. 너 그럼 평생 혼자 살 거야?
나 : 그냥 친구 사귀고, 또… 나랑 마음 맞는 사람 있겠지.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그럼 그 사람이랑 좀 오래 편하게 지낼 수도 있는 거고….
친구 5 : 너무 이기적인 거 아냐? 평생 연애만 할 순 없어, 그러면 더 불안해. 너는 정착해야 해. 그게 바로 결혼이야.
나 :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니까.
친구 13984536 : 사람들이 다 너 이상하게 볼 걸. 결혼도 안 하고 그러면 이상하게 볼 걸?
… 왜?
사람들이 나를 결혼하지 않았다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결혼하는 게 더 이상한데? 나이가 들어도 혼자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거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거뜬히 살 수 있지 않나? 그게 아직 내가 어려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라고?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 나는 나를 키우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입밖에 내지 않은 채, 나는 그저 입을 다문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마치 무슨 감기를 대하는 것처럼, '그건 언젠가 달라질 생각'의 취급을 받는 게 싫다. 나는 그저 웃으며 말한다. 나 그냥 너희의 결혼을 축복해 줄게, 비혼이라고 해서 결혼하는 너희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정말 마음으로 축복할게. 너희가 아이를 낳으면, 나는 돈 많은 이모 혹은 고모가 돼서 아주 멋진 장난감을 턱턱 사줄게. 내 말을 듣는 친구들은 그저 웃는다. 나는 친구들이 나의 비혼주의에 대해 따져 묻는 것처럼 '네가 돈 많은 이모, 고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물어보지 않아 다행스럽다고 여긴다.
왜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까. 가끔은 힘이 빠진다. 날이 풀리는 속도에 맞게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청첩장을 한껏 축하하는 마음으로 받으면서도 마음이 찝찝하다.
친구 : 네가 비혼주의지만 나는 너에게 청첩장을 준다. 너 네가 결혼식 할 일 없다고 축의금 안 내고 이러면 안 된다! 장난 장난.
비혼주의자면 청첩장도 받으면 안 되는 걸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와 청첩장을 주는 이들이 장난을 살짝 버무린 진심 가득한 말을 건넬 때마다 나는 씁쓸하다. 결혼은 결혼이고, 비혼은 비혼이지. 혹시 비혼에는 다른 뜻이 있는 걸까,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사회에 도태되는, 이라던가. 아니면, 아주 이기적인 족속, 이라던가 그런 말이 있는 걸까.
비혼주의여도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설렐 수 있고, 아이들을 귀여워할 수 있고, 웨딩드레스를 보면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청첩장을 기꺼이 받을 수 있고,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을 내고 한껏 기쁜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뭐, 앞으로 참석할 다양한 결혼식을 보며 마음이 흔들릴 일은 없겠지만… 비혼주의자여도 기쁘게 청첩장을 받을 수 있단다, 얘들아. 그러니 마음껏 나의 축하를 받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