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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한 Nov 26. 2023

남을 진정으로 축하하겠다는 마음

진심

어렵다. 남을 진정으로 축하하겠다는 마음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모르면서 어찌 되었건 이 글을 시작했다. 어쩌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울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남을 진정으로 축하하겠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경쟁', '선의의 경쟁' 같은 이름이 많이 붙게 되는 창작 예술 분야에서는 특히나 더 남을 진정으로 축하하겠다는 마음이 약간 삐뚤어진 형태로 생겨나곤 한다. 25살의 패기 넘치던 시절, 나는 단돈 오만 원을 들고 캐리어에 몇 벌 안 되는 옷을 넣은 채 서울로 향했다. 그때, 잠시 친구 집에 얹혀살았었는데(물론 방값과 기타 금액을 지불하며), 친구는 나와 같은 분야의 꿈을 이루고 싶어 먼저 서울에서 움직이고 있던 터였다.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차피 우린 같은 분야니까, 조금이라도 정보가 생기면 서로 공유하고 알려주면 되겠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어린 생각이었다. 친구는 말했다. '내가 알아낸 정보는 내가 고생해서 얻은 거니까, 너한테 쉽게 알려줄 수 없어. 네가 알아서 해.' 어린 마음에 나는 약간, 뭐랄까, 마음의 상처를 얻었달까. 어떻게 친구끼리 경쟁자가 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친구는 나에게 단 한 톨의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


성별이 같고, 꿈이 같다는 이유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너무나 어이없었다. 이 복잡한 서울에서,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는 서울이라는 곳에서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아무튼,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았고, 친구는 어디서든 정보를 얻어내 매일 나를 집에 두고 혼자 오디션을 보고 오곤 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친구의 말이 맞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정보는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노력해서, 알아내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요령이다. 나는 친구가 그렇게 해서 붙은 오디션을 통해 찍게 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았고, 영화가 끝난 뒤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모인 자리에도 친구 덕분에 함께 참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친구가 직접 이뤄낸 것들이다. 멋졌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어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의 원동력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동료 작가들이었다. 그들은 상을 턱턱 받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으며, 공모전을 휩쓸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름의 경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동료들을 따라가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나에게도 '결과 다운 결과'가 주어진 셈이었다. 


그들과 나는 때가 다르고, 그들과 나는 글의 문체가 다르고, 그들과 나는 삶의 패턴이 다르고, 그들과 나는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그들과 나는 창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 상대를 비교하지 않는 순간, 마음은 저절로 편해진다. 그럼,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부러움이 드는 건 당연하다. 부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부러움의 감정을 어떻게 해서든 나의 '원료'로 삼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마음이 후련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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