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 실천
나는 나에게 너무 관대하다. 꽃 중의 꽃 '자기 합리화'라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언어유희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 나에게 관대했을까, 생각해 보면…… 매 순간, 이라는 답이 나오곤 한다. 정말이지, 나는 나에게 너무나도 관대하다, 그로 인해 참 역설적이게도,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하지 못하거나 놓친 적이 많다.
나에게 관대할수록 일어나게 되는 일은 굉장히 다양하다. 좋은 쪽으로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선 나에게 관대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 내가 나에게 관대하면, 꼭 해야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미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파생되는 나쁜 일들이 많게 된다. 우선, 기간 내에 꼼꼼하게 단계별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의 퀄리티는 적을 수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라면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마감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자기 합리화'란 꽃의 달달한 향기를 맡으면서.
나는 아침에 일기를 쓴다. 하루에 걸쳐 느꼈던 아주 다양한 감정들이 조금 희석되는 시간이 나에게는 '아침'이다. 나는 아침에 전 날 일어났던 일들이나 감정을 떠올리며 조금은 더 차분해진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하루를 잘 보낼 것이라는 강박감을 가진 채로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제3의 시선으로 글을 쓸 뿐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겪었던 감정이나 여러 상황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는 좀 되었다. 한 줄일 때도 있고,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렇게 종이에 마음을 쏟고 나면, 하루를 조금 더 홀가분하게 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저녁에는 무엇을 하는가. 저녁에는 다음 날에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목록을 만든다. 사실, 약간의 강박이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히 당황스럽거나, 자책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요즘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꼭 해야 하는 일의 중요도를 따지면서 좀 더 '사실적으로' 목록을 구성한다. 하나씩 해결하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긋는 재미는 쏠쏠하다.
적당히가 가장 어렵지만, 너무 관대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먹어본다. 적당히 관대하게 굴고, 적당히 나를 재정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방법은 각자가 다르니 나의 마음을 잘 털어내고, 마음에 남은 부스러기를 쓸어내는 작업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 너무 관대해버리면, 초점을 잃어버리기 쉽다. 무작정 나를 채찍질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관대할 때는 관대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아야 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요즘, To do list에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나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기' 등의 간단한 것도 적어 넣고, 수행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로 인해서 나에게 관대하며, 너무 관대하지는 않겠다는 마음을 되짚곤 한다. 무엇이든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 움직이자.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