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2023년 초에 정했던 나의 목표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정확하게 지켜진 것은 별로 없었지만, 대신 뜻하지 않게 일어난 좋은 일은 꽤 있었다. 내가 목표하지 않은 부분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내가 바랐지만, 과연 내가 이룰 수 있을까? 했던 일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그런 쪽에서 행운이 닿았다. 기쁨을 느꼈다. 놀라웠고, 한 번 더 성장하는 안정감을 느꼈다. 그 모든 일에 감사한다. 2024년에도 똑같이 어떤 목표를 정할 것이고, 목표를 이루지 못해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새롭게 다가올 일이 있을 거라 조심스레 바라본다.
앞서 쓴 글과 이어지는 주제일 수 있으나 오늘 '남을 부러워하면서도 나를 놓지 않겠다는 마음'을 써보려고 한다. 제일 어려운 일인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어쨌든, 반 걸음 정도는 여기서 벗어났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나의 일을 토대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분야에 나보다 먼저 뚜렷한 성과를 이루는 이들을 마주한 적. 그래서 그러한 이들을 무작정 부러워하고 어쩔 땐 시기와 질투를 느껴본 적도.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나는 예전엔 배우를 꿈꿨고(정말 많은 이들이 부러웠다), 지금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황(역시 많은 이들이 부럽다)에서도 많은 이들을 끊임없이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한다. 나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감정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여기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 말할 수 있다.
사실, 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나는 이 마음을 '나를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에 썼다. 나는 왜 이렇게 쓰지 못할까? 나는 왜 이런 상황에 있을까? 왜 늘 마지노선까지도 닿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매번 한 적이 있다. 그 어떤 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말을 듣더라도 조언으로 듣지 않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당신은 성공했으니까, 내가 바라는 자리에 올라섰고, 그 일에 있어 통달했으니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조언을 해주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혼자 잘해도 바쁜데, 남까지 챙겨주고 자신의 어떤 부분까지 보여주면서 '동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정말이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또 나를 작게 만들고 상대방만 크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나도 상대방의 상황에 분명히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고, 어쩌면 이미 그러했을 것이고, 나와 같은 수순을 밟으면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거기 길은 너무 질고 발이 푹푹 빠져 힘드니 우회해서 걸어오세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내가 못났다는 것, 내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것, 내가 아직은 조금 더 공부해야 하고 움직이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알아야 한다. 남에게 듣는 것이 아니라(남에게 들으면 분명 반감만 생길 것이다), 딱 그냥 내가 알아야 한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그러니까 마음의 거리가 아니라, 일적인 부분에서 봤을 때! 이 사람과 나와의 차이를 분명히 깨닫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와의 거리를 재지 말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함께 걷고 있다고 여기면 좋다.
쉽게 말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면 '남을 부러워하면서도 나를 놓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나를 놓지 않아야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다. 걷는 것, 나아가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다. 남이 해줄 수 없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마음에 불을 놓는 에너지를 온전히 나아가는 것에 쏟자. 생각지도 못한 순간, 어딘가에 도달해 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