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를 읽고 나니 '~이다.' 체 보다는 조금 더 격식이 있는 '~입니다.' 체가 더 나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글을 쓰다가 성급해짐이 계속 느껴졌는데 이 문체도 한몫을 한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법도 쓰는 법이지만 원래는 이 책에 큰 흥미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현실성 없는 대안들 리더십 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권오현 회장이란 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고 특히 글의 진솔함이 굉장히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진솔하고 오랫동안 고민한 내용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커리어를 가지신 분의 글을 읽어 보지도 않고 판단하려고 했던 것 말입니다. 그 진솔함 때문에 글이 매우 재미있고 감동? 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과 제 생각을 조금 보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 초 격차라는 책의 제목도 있긴 하지만 주로 리더의 소양, 덕목 등이 먼저 이야기됩니다. 먼저 리더의 덕목 중에 본성으로부터 얻어진 내면의 덕목은 아래 3가지로 요약하고 계십니다.
진솔함(Integrity)
겸손(Humility)
무사욕(無私慾, No Greed)
그리고 훈련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은 아래 4가지와 같습니다.
통찰력(Insight)
결단력(Decision)
실행력(Execution)
지속력(Sustainability)
먼저 가장 눈에 띈 것은 무사욕이였습니다. 이전 "존오미사악"에서도 공자님이 말씀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리더는 최소한 임원 이상일 것입니다. 근데 임원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계약직이라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회사 문화에서는 임원이 될 즈음되서야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리, 과장, 부장일 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2년, 3년 계약직이라는 중압감을 주기 때문에 사욕에 눈이 멀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그 중압감이 본인은 사욕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변질되어 표출됩니다. 문제는 또 하나 있습니다. 이직 문화 자체가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통한 이직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전문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겠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사욕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에 임하시는 분도 계시니 마냥 합리화시킬 수는 없겠습니다.
무사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사욕이 안되면 그 외 덕목들을 쉽게 유지할 수 없으며, 또한 변질된 형태로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밑에 구성원들도 이해관계(고과 등)가 발생하지 않으면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없으며, 그런 경우에는 인사권 등을 폭력으로 사용하기까지 이릅니다. 그 외 통찰력도 생길 수 없습니다. 눈앞의 사사로움이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이때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사내 정치"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심각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글 쓰는데 심박수가 올라가고 감정이 격해집니다. 그 외 실패에 대한 진솔함, 겸손 등은 기대하기 어렵고 실행력과 지속력은 변질된 형태가 될 것입니다. (보통 임원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지기 싫어하는 마음가짐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굳이 훈련하지 않아도 자신의 욕심에 부합하는 만큼의 실행력과 지속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여하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입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인재 원석과 보석입니다. 인재의 유형을 총 4가지로 분류하는데 A :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 B : 개선 의지가 있고, 반응하는 사람, C :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사람, D : 방어적이고 방해하는 사람 그리고 C, D 두 유형의 인재는 강조하셨던 인재 풀에서 반드시 먼저 퇴장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이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리더는 이를 퇴출해야 하는 것에 대한 단호함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퇴장시켜야 한다기보다 그를 하기 위한 단호함이 있습니다.
뭔 말이냐 당연한 것 아니냐 하시겠지만 저 단호함이 표출되려면 앞에 무사 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사로움이 있으면 단호한 실행력이 부족해집니다. 글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위한 마스터, 펠로우 제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것도 다소 애매한 여지를 준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매우 많고 다양한 정보들을 내부적으로 셰어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명 때문에 어떻게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회라기보다는 보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을 해야 하는 임원 대상자도 엄청 많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위에 덕목에 부합하더라도 그 수준들이 다를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 대상자 중에 다소 아쉬운 대상자들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그 전 글에서 표현한 전형적인 위계 조직(Rank Driven Oragnization)에 대해 가장 잘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위계 조직이 다소 나쁜 뉘앙스를 준다면 그는 우리나라의 쿠데타, 군부 독재의 영향으로 인한 프레임입니다. 산업 및 비즈의 특성에 따라 각각 최적화되는 방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위계 조직에 가장 이상적인 리더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굉장히 깊은 통찰이 느껴집니다. 한번 읽고 끝낼 책은 아닌 듯하여 여러 번 다독하고 새로운 느낌과 가르침에 대해서는 다시 글로 남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