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
카오푸(靠譜)라는 단어를 중국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최신에 인기를 얻은 유행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만교육부 사전에서 이 단어가 검색되지 않아 이 단어의 유래가 뭔가 찾아보다가, 이게 원래는 중국 북방에서 쓰이는 말인데, 인터넷 포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에 대만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카오푸(靠譜)는 '믿을 수 있다' 또는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믿음만 해'하고 사람의 성품을 표현하는 말로도 쓸 수 있고, '그 일은 믿을만해' 할 때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믿을 만하다' 한마디로 간단히 번역해 버리면 , 이 단어가 담고 있는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최고의 찬사
사람을 성품을 이야기할 때 '정직하고, 성실하고, 언행일치하며, 책임감이 있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고, 품행이 단정하고, 일을 할 때 원칙과 기준이 있고, 사리사욕으로 남을 해치지 않고,......' 이렇게 구구절절이 말할 필요 없이, 카오푸(靠譜) 하나면 이걸 다 표현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카오푸(靠譜)한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을 듯.
형용사 '카오푸(靠譜)'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첫 번째 인상은 ‘뭔 일을 맡겨놓으면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오푸한 사람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 나오느냐면, 일단 승낙하면 반드시 실천하는 행동력에서 나온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에는 예의 바르게 거절할 줄도 알고, 넙죽 큰소리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카오푸(靠譜)한 사람은 자신의 수완과 능력을 분별하는 겸손함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카오푸(靠譜)한 사람의 특징
내가 생각하는 카오푸(靠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첫째, 가장 작게는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남과의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은, 남의 시간을 헛되이 낭비시키지 않는 것이고, 이건 남을 존중할 줄 안다는 뜻이다. 또 이건 자신의 삶과 일을 질서 정연하게 잘 배치하고 있다는 뜻일터이다.
둘째,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다. 공자가 그랬잖은가,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군자는 말을 신중히 하고 일을 민첩하게 하는 데 힘쓴다'라고. 그러니까 카오푸(靠譜)하다는 것은 군자(君子)급 품성이다. 카오푸한 사람은 실행을 중시하고, 말이 많지 않으며, 빈말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카오푸한 사람이 내뱉는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라는 말은 그래서 무게가 있다. 그건 그냥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 상대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안목이 넓다. 카오푸한 사람은 잡다하게 아는 것도 많아서, 어떤 복잡한 문제도 그에게 가서는 간단히 풀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A방법이 안 통할 것 같으면, 어떻게라도 다른 경로를 찾아내서 융통성 있게 처리해 내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 방법이나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명백한 자기 기준이 있어서,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는다.
넷째,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분노할 때, 사고하는 뇌가 쪼그라드는데, 자꾸만 더 편협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치우쳐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지만, 카오푸(靠譜)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슬픔이나 분노에 빠져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방법을 생각해 내서 부정적 에너지를 스스로 소화하고는, 긍정의 태도로 자기 주변사람들을 대한다.
우리는 카오푸한 사람인가?
당신은 카오푸(靠譜)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다들 눈치챘겠지만 나는 좀 뿌카오푸(不靠譜)한 사람이다. 이 글은 사실 일요일에 발행이 되었어야 했다. 일요일에 너무 완성하기 싫었기 때문에 꼼수을 써서 월요일 발행으로 브런치북 설정을 바꿨으나 그것도 못 지켰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이런 행동에 대해, 부정어 뿌(不)를 붙여 뿌카오푸(不靠譜), '안 믿음직해'라고 한다.
나를 반면교사 삼아, 다들 카오푸(靠譜)한 사람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