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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31. 2024

馬虎(mǎ hū)

  마(馬)는 말이고, 호(虎)는 호랑이인데, 이 두 글자가 햡쳐져서 한 단어가 되면 무슨 뜻이 될 것 같나? 

  A. 활동적인 

  B. 겁을 상실한

  C. 대충대충 하는

  D, 잘 길들여지지 않는

  정답은 ( C )이다. (괄호 부분을 블록 잡으면 답이 보인다.) 

  정말 의외지 않나? 내가 이래서 중국어가 재밌다는 거잖아.


  어째서 영 관계가 없어 보이는 말과 호랑이가 합쳐져서 '경솔하다, 덜렁대다, 세심하지 못하다, 진지하지 못하다'의 뜻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핏빛의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것은 송(宋) 나라의 한 화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송나라 때 경성(京城)에 자기 멋대로 그림을 그리는 한 화가가 있었다. 한 번은 그가 막 호랑이 머리를 다 그렸을 때, 때마침 누가 와서 말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갔다. 그는 막 그린 호랑이의 머리 뒤에 쫘락하고 붓을 한번 휘갈겨서 말의 몸뚱이를 그려 넣어 그림을 완성하고는 찾으러 오길 기다렸다. 그림을 찾으러 온 사람이 이게 말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니 그림을 사가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그렇지만 자기 딴에는 득의양양해서 잘 보이는 벽에 떡 하니 이 호두마선도(虎頭馬身圖)를 걸어두었다. 그러니 궁금해진 두 아들이 그걸 보고는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장남에게 알려주기는 그게 호랑이이라고 했고, 차남에게는 말이라고 했다.

  결과, 장남은 사냥을 나갔다가 말을 호랑이로 착각해서 남의 집 말을 쏴서 죽이는 바람에, 화가는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배상해야 했다. 차남은 밖에 나갔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그게 말인 줄 알고 올라타려다가 호랑이에게 산채로 물려 죽고 말았다.

  화가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상심하여 그림을 태워버리고는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썼다. 

  <마호도, 마호도, 

말 같기도 하고 또 호랑이 같기도 하구나, 

장남은 그림을 따르다 말을 쏴 죽이고, 

차남은 그림을 따르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혔구나. 

초당에서 허술한 마호도를 불태우니, 

충고컨데, 제군들이여, 나를 배우지 마시게.

(馬虎圖,馬虎圖,

似馬又似虎,

長子依圖射死馬,

次子依圖餵了虎。

草堂焚毀馬虎圖,

奉勸諸君莫學吾。)>


  그 후, 화가는 '마호선생(馬虎先生)', 즉 '미스터 허술함'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마호(馬虎)"라는 단어는 널리 퍼져 '일을 대충대충 불성실하게 한다'의 대명사가 되었다. 

  마마후후(馬馬虎虎)의 4자로 쓰기도 한다.  2자의 마후나 4자의 마후나 뭐 뜻은 같다. 4자가 2자보다 더 대충을 뜻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2자보다 4자가 더 발음하기 재미있을 뿐. '너 일을 그렇게 대충 할래?' 보다 '너 일을 그렇게 대충대충 할래?'가 말이 더 맛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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