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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31. 2024

穿小鞋(chuān xiǎoxié)

  추안(穿)은 '(옷을) 입다, (신을) 신다'의 뜻이고, 샤오시에(小鞋)는 '작은 신발'이다.  한자 그대로는 '작은 신발을 신다'이지만, '권력을 이용해 암암리에 보복하는 행위나 남을 괴롭히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난번 회의 때, 사장님께 몇 마디 말대꾸를 했는데, 지금 그는 하루 종일 내게 추안샤오시에하고 있어!(上次開會,我頂撞了老闆幾句,現在他整天給我穿小鞋!)' 할 때 쓴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신발'은 어린이가 신는 작은 신발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전족한 발에 신던 작은 신발을 뜻한다. 옛날 중국에는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의 발을 전족을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전족한 발이 작았기 때문에 당연히 작은 신발을 신어야 했다. 


추안샤오시에(穿小鞋)가 왜 음모로 상대를 괴롭힌다는 말이 되었는가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옛날 남녀의 혼인은 이른바 '부모의 명령, 중매인의 말(父母之命,媒妁之言)'이라고 해서, 중매인의 말에 의존하여 부모가 신랑감을 골랐다. 중매쟁이들은 중매를 할 때, 여자가 어릴 때부터 전족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자 측에게 신발 견본을 요구해서 남자 측에게 보여준다. 남자가 여자의 신발을 보고 동의하면 그 신발 크기대로 수놓은 신발 한 켤레를 만들어 결혼식 예물과 함께 여자 집으로 보내온다. 그러면 결혼식 날 신부는 발에 편하게 맞는 이 꽃신을 신고 시댁으로 간다.

  당시 전족한 작은 발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했는데, 전족을 하지 않은 여자는 혼처도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족한 작은 발을 삼치금련(三寸金蓮)이라고 불렀는데, 삼치면 10센티가 채 안된다. 다 자란 성인 여성의 발이 10센티가 채 안된다면 얼마나 작을지 상상이 가는가? 그 당시 여성의 발은 작으면 작을수록 미녀로 평가되었고, 여성의 큰 발은 대단한 수치였다.


  전설에 따르면 북송(北宋) 시대에 교옥(巧玉)이라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일찍 죽고, 그녀의 아버지는 후에 돈을 탐내는 계모와 결혼했다계모가 교옥을 못생기고 벙어리인 부자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자, 교옥이 따르지 않았다. 계모도 달리 방법이 없자, 나중에 기회를 봐서 그녀를 혼내주려고 맘만 먹고 있었다. 때마침 한 중매쟁이가 좋은 신랑감 자리를 하나 들고 왔다. 교옥이 그 자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자, 계모는 옳거니 이때다 하고 교옥을 혼내주기 위해 몰래 신발을 아주 작게 잘라 그걸 중매쟁이에게 건넸다. 남자는 이 신발 크기에 따라 작은 수놓은 신발을 만들어 보냈다. 교옥이 시집가던 날, 남자 쪽에서 보내온 꽃신이 너무 작아 아무리 신어도 신을 수 없었다. 꽃신을 신지 못하면 꽃가마에 오를 수 없는데, 교옥은 그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홧김에 목을 매 자살했다. 

  전족에 신는 꽃신을 일부러 작게 만들어 신부가 신기에 불편하게 만들어 고의로 신부를 혼내준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추안샤오시에(穿小鞋)'의 내력이다. 


  나는 중드에서 정말 자주 들은 이 말을 대만 친구들은 모른다. 누구는 들어본 적도 없고 하고, 누구는 들어는 봤는데 이게 암암리에 누구를 괴롭힌다는 뜻인 줄은 몰랐단다. 

  중국과 대만의 중국어는 같은가 싶지만, '그냥 쓰는 용어가 서로 살짝 달라' 정도가 아닐 때를 만난다. 중국은 사자성어(四字成語)라던가 헐후어(歇後語) 같은, 예부터 계속 써오던 용어를 쓰는 것을 굉장히 재치 있고 소양 있는 듯이 자랑스러워하던데(중국 버라이어티쇼를 보니 그런 느낌이었다), 대만은 자기만 알고 남들이 못 알아듣는 그런 말을 꺼내 먹물 냄새 풍기는 일을 딱히 하지 않는 실속파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는 말이지, 사자성어나 헐후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좀 친 중국적인 편이다. 비록 처음에는 뭔 뜻인지 못 알아듣더라도

  내가 사자성어나 헐후어를 굉장히 재미있어하는 것은 소양 있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말들은 대부분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이야?"하고 내가 물으면, 친구들은 설명을 위해 "옛날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 좋아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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