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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5. 2024

佛跳牆(fó tiào qiáng)

  포티아오챵(佛跳牆)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부처()가 담()을 뛰어넘는다(跳)는 뜻이다. 이게 무엇의 이름일지 맞춰보시라.

  A. 차 

  B. 술

  C. 요리

  D. 과일

  정답은 ( C )이다. 맞추셨는가? (괄호를 블록 잡으면 답이 보인다.)


  지난번에 학술토론회에서 발표를 마치고 저녁 연회에 참가했을 때 이 요리가 나왔다. 미얀마 사람이면서 중화문화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로빈이 이 요리 이름이 유명하다며 가르쳐줬다. 

  "동해, 이 요리는 포티아오챵(佛跳牆)이라고 하는데, 대게 유명해. 먹어봐."

  "엉? 한자가 뭔데?"

  "메뉴에 적혀 있으니까 직접 봐봐."

  상판이 돌아가는 둥근 탁자에는 오늘 서비스되는 음식이 뭔지를 적은 메뉴가 세워져 있다. 메뉴를 보니 로빈이 말했던 포티아오챵은 부처 불(), 뛸 도(), 담장 장()의 세 글자다. 

  "음식 이름이 왜 이래?"

  "너무 맛있어서 부처가 법문을 팽개치고 담을 뛰어넘어 먹으러 갔대서 생긴 이름이래."

  "뭘로 만들었기에 그렇게 맛있다는 건데?"

  "하여간 몸에 좋은 건 다 넣고 끓인 거야. 많이 먹어."

  맑은 탕과 걸쭉한 탕의 두 종류가 있다는데, 내가 맛본 걸쭉한 탕의 포티아오챵(佛跳牆)은 이렇게 특별한 이름을 가질 정도로는 맛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입맛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 나는 그날 나온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이, 채식을 주문한 나만 먹으라고 줬던 식초와 간장으로 버무린 평범한 샐러드였거든. (종업원은 여러 차례 와서 내 샐러드 접시를 내가려고 했고, 나는 거듭 다 먹으면 치우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녀는 아마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테이블에 저 많은 산해진미를 두고, 얘는 애피타이저로 준 풀떼기를 가지고 뭐 이렇게 열심인가'하고.)


  이 음식 이름과 관련하여 몇 가지 유래가 있다. 


  첫 번째 유래는 정말일 것 같은 것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역사적으로 다 존재했었다. 

  청(清) 나라 때의 일인데, 푸저우(福州)의 한 관리가 아부 차원으로다 상관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샤오싱(紹興) 출신인 그의 부인이 닭고기, 오리, 고기 및 여러 해산물을 술 항아리에 넣고 끓인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내왔다. 상관은 그걸 먹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기 요리사한테 그 요리를 배워오게 했다. 

  그 요리사 이름이 정춘발(鄭春發)인데, 후에 자금을 모아 쥐이춘위엔(聚春園)이라는 자기 가게를 경영하게 된다. 그는 해산물을 더 많이 사용하고, 고기를 덜 사용하여, 요리를 더욱 고소한 맛이 나게 개혁하고, 요리의 이름을 '푸쇼우추엔(福壽全, fú shòu quán)'이라고 불렀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복도 받고 장수하라는 뜻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요리를 맛본 한 문학가가 그 맛에 감동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시를 한 수 지었는데.


  "항아리 뚜껑 여니 고기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네 (壇放葷香飄四鄰),

  냄새 맡고 스님이 수행(참선)도 포기하고 담장을 뛰어넘네(佛聞棄禪跳牆來)"


  손님이 지은 이 시가 몹시 맘에 들었던 사장은 시에서 이름을 따와 부처가 담을 넘었다는 뜻의 포티아오챵(佛跳牆)으로 음식명을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푸젠(福建) 지역의 전통 혼례 풍습 중 하나인 쓰추(試廚)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쓰추(試廚)란 새색시가 시집온 지 3 일째 되는 날 시부모에게 첫 식사를 대접하는 풍습이다. 

  전설에 의하면, 대갓집 여자아이가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요리라곤 전혀 할 줄 몰랐는데, 시집갈 때가 되어서야 안달복달했다고 한다. 그래, 신부의 엄마는 집에 있는 모든 산해진미를 꺼내 손질을 해서는 하나하나 연잎으로 싸서 보내며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새색시가 막상 아침상을 차리자니 너무 긴장이 된 나머지 조리법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래 급한 나머지 온갖 재료를 술 항아리에 때려 붓고 연잎으로 덮은 다음에 불 위에 올려놓고, 두려움에 그대로 친정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시댁 식구들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색시는 온데간데없고 부엌에서는 술 항아리에 뭔가가 고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걸 식탁에 올리고 연꽃잎 뚜껑을 열었을 때 먼저 향기에 매료되고, 진한 국물을 한입 떠먹고는 맛에 감동했다고 한다. 이 음식 덕분에 신부는 시댁 식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신부가 만든 이 정체불명의 음식이 바로 '열여덟 가지 요리를 한 솥에 넣어 삶는다'는 포티아오창(佛跳牆)의 유래라고 전해온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거지 떼가 끓인 잡탕과 관련이 있단다. 당시 거지들은 도기 항아리를 들고 다니며 밥을 빌어먹었다. 동냥으로 얻은 각종 음식을 함께 부어 끓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사방으로 향기가 진동하는데, 근처 절의 스님이 향기를 맡고 유인되어 침을 질질 흘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담을 뛰어넘어 나와 거지들과 함께 먹기 시작해서 '포티아오챵(佛跳墙)'이라는 이름이 생겼단다. 

  사실, 나도 걸쭉한 탕의 포티아오챵(佛跳牆)의 몰골을 보고는, 남은 제사 음식을 한꺼번에 넣고 끓여낸 한국의 '거지탕'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버전은 산해진미를 넣고 끓여낸 고급요리라는 포티아오챵(佛跳牆)의 이미지와는 안 어울려서인지,  이 유래를 언급하는 사람은 적은 듯하다.


  어느 전설에 관계없이 '포티아오챵(佛跳墙)'은 푸젠(福建)의 대표 요리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대만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옛날 대만 사람들은 대부분 푸젠(福建) 지역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대만에도 이 음식이 널리 퍼졌단다. 다만, 이 음식은 만드는 것이 까다롭고 너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아무도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결혼식이나 설날 같은 특별한 날에 사 와서 먹는 음식이란다. 

  하지만, 내가 먹어보고 하는 소린데, 좋은 재료는 다 넣고 은근히 끓여낸다 하니 보양식일지는 몰라도, 맛은 뭐 평범한 우리나라 갈비찜만 못했다는 거. 고기류를 좋아하지 않은 내가 하는 말이니까 너무 믿지는 말고.




참고 : 

1. https://www.mychistory.com/a001-2/2021-04-07-06-59-25

2. https://zh.wikipedia.org/zh-tw/佛跳墙

3. https://today.line.me/tw/v2/article/29Yv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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