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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17. 2024

對不起(duì bu qǐ)

뚜에이뿌치는 왜 '미안하다'가 되었나?

  중국어로 미안하다는 표현에는 뿌하오이스(不好意思)와 뚜에이뿌치(對不起)가 있다. 뚜에이뿌치는 뿌하오이스보다 좀 엄중한, 좀 정식적인 '미안하다'여서 나는 쓰기를 껄끄러워라 한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상도 남자의 기질이 내게 좀 있어서. 심각하게 미안할 짓은 ‘안 하고 말지’이다. 자잘하게 '어, 미안 미안', 이런 건 할 수 있다. 


  뚜에이()는 '누구에 대하여', 뿌(不)는 '아니다 또는 못하다'의 부정, 치(起)는 '일어나다'이다.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누구에 대하여 일어나지 못하다'의 뜻이다. 이게 '미안하다'가 되는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그중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몇 가지 견해를 보면.


  첫 번째 견해는 미안하다는 말이 옛사람들이 시를 짓고 읊고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본다. 옛날 사람들은 종종 대련(對聯)의 방식을 이용하여 학문을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 것을 좋아했다. (대련이란 2행 한시라고 보면 된다. 2행 한시는 지켜야 할 규칙이 굉장히 많다. 그냥 글자 수만 맞춘다고 시가 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낸 상련(上聯, 1행)에 하련(下聯, 2행)을 못 단 사람은 자신의 학식이 상대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뚜에이뿌치(對不起)'라고 말한다. 이때 세 글자 뚜에이부치는 '하련(下聯, 2행)을 못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게 서서히 후세에 전해져, 실례가 되는 짓을 하면 겸손하게 '뚜에부치'라고 말하는 것으로 변천했다. 


  또 다른 견해는 체면과 관련되어 나왔다고 본다. (이 견해에 대해서는 친구들에게 좀 더 물어보고 정확해지면 보충하기로. ) 


'맞아, 안 일어날 거야(對,不起)'로 사과하기

  막 보기 시작한 드라마 별대아동심(別對我動心,2024)에서 여주가 남주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뚜에이, 뿌치(對,不起)'로 사과하는 부분이 나온다. 귀여워 죽는다!

  사실 그녀가 한 말은 '맞아, 안 일어날 거야'였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걸 '미안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째서, '맞아, 안 일어날 거야'가 '미안해'가 되는가? 하하, 중국어가 이래서 재미있다. 


  이 대화가 오가는 상황은 이렇다. 남주와 여주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아는 사이가 되었다. 남주는 여주의 게임 실력에 경탄해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둘은 시간 맞춰 접속해서 한 팀이 돼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는 온라인 친구다. 한 번은 같이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여주가 나타나지 않아 남주가 화가 난 일이 있었다. 여주가 남주에게 사과하기 위해 온라인 문자로 '뚜에이뿌치' 세 글자가 들어간 우스개 이야기를 건넨다.  

  드라마 대사 일부를 옮겨보도록 하겠다. 


여주 : 내가 너한테 이야기 하나 해줄게. (我給你講個故事吧。)

남주 : 나 시간 없어. (我沒空。)

여주 : 새끼 오리 한 마리가 빨래를 하고 있었어. 한 부분이 씻어도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 거야. 엄마 오리가 화가 나서 말했어. 너 열심히 좀 비빌 수 없니? 이럴 때 새끼 오리가 뭐라고 해야 되게?(有一隻小鴨子在洗衣服。有個地方怎麼洗也洗不乾淨。鴨媽媽就很生氣地說。你能不能認真搓呀。這時候小鴨該怎麼說?)

남주 : ?

여주 : 나 비볐어요, 나 비볐어요. (我搓了呀,我搓了呀。)

남주 : ?

여주 : (속으로 하는 말 : 내 표현이 덜 명확한가?) 그럼 내가 하나 더 이야기해 줄게.(是我表達的不夠明確嗎?那我再講一個。)

여주 : 어느 날 내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고 있는데, 네가 나를 비웃으며, "너 평생 일어나지 않을 작정이야?"라고 했어.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말했지, "맞아, 안 일어날  거야."(有一天我摔倒了,爬不起來。然後你嘲笑我。你是不是打算一輩子都不起來呀。我就很生氣地說,對,不起。)

남주 :  ⋯⋯

여주 : 아직 눈치 못 챘어? 나 지금 너 달래고 있잖아. (還看不去來嗎,我在哄你呀。)

남주 : 흥(哼。)   <1화 40분>                                  


  한국어로 이야기해 버리면, '이 이야기 어디에 '미안하다'는 말이 있다는 거야?'가 되어버리지만, 중국어로 이 이야기를 한 여주는 '뚜에이뿌치'하고 남주에게 사과를 했다. '맞아, 안 일어날 거야(對,不起)'의 중국어가 바로 '뚜에이뿌치(對不起)'이기 때문이다. 

  사실, 첫 번째 우스개 이야기에서도 여주는 남주에게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로 사과를 했다. '나 비볐어요(我搓了)'의 중국어 발음 워추얼러(wǒcuōle)가 내가 잘못했다(我錯了)의 워추얼러(wǒcuòle)와 발음과 같기 때문에 사과가 되는 것이다. (성조는 다르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당신이 잘 알아듣도록 내가 잘 설명을 했으려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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