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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4. 2024

베스트 파트너(精英律師, 2019)

정영율사(精英律師)/징잉뤼스(精英律師, jīngyīnglùshī)

방영 횟수 : 42화  

감독 : 劉進

남주 : 진똥(靳東, jìndōng)田雨(이름이 너무 이쁜 거 같아.), 代旭

여주 : 란잉잉(藍盈瑩, lányíngyíng), 朱珠


  남주 진똥(靳東)은 로펌의 선임 변호사 뤄빈(羅檳) 역, 여주 란잉잉(藍盈瑩)은 뤄빈의 전속 조수 따이시(戴曦) 역으로 나온다. 

  따이시는 절친의 소송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뤄빈과 논쟁을 벌이다가 어째 어째 뤄빈의 조수가 되어 함께 일하게 된다. 그녀는 변호사 자격증 없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조수로 일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둘은 매 사건마다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어가면서,  따이시는 점차 뤄빈을 존경하게 되고, 뤄빈도 따이시에게 감염되어 승패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변호사로 변해간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파트너가 된다, 뭐 이런 이야기다.


  변호물 드라마는 대체로 의뢰받은 사건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러 개 모여서 한 드라마를 이루는데, 이 드라마도 물론 그렇다. 하지만, 드라마 전체가 작은 에피소드 모임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요소가 있다. 변호사끼리 로펌 공동경영자(合夥人)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나, 남주가 여러 여인들과 벌이는 애매한 애정 라인이 조각난 에피소드를 하나로 감싸고 있다. 


방영을 시작했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느냐하면

  운동을 마치고 와서 땀이 송긋 난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리고 나면,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중드를 원 없이 보는 게으름을 부려도 된다고 스스로 정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특별히 할 숙제가 없는 한가한 밤에, 침대에 누워 늘 보는 중국드라마 사이트를 눌렀을 때, 새롭게 방영이 시작된 드라마가 몇 있고 그게 제법 볼만한 것이면 나는 행복해 죽는다. 

  그날 밤이 그랬다. 문법시험은 끝났고, 웬만한 급한 숙제는 다 제출했고, 방학 전까지만 하면 되는 과제를 이미 반이상은 손대놓은 상태였다. 꺅! 5월쯤에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줄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징잉뤼스(精英律師)가 드디어 방영을 시작했다! 


  나는 한동안 징잉뤼스(精英律師)가 한 편 한 편 방영되기를 기다리는  매일 밤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남주의 여인들

  주인공 뤄빈(羅檳)과 애매한 관계를 형성하는 여성은 셋이다. 여주 따이씨(戴曦), 변호사 사무실의 프런트 데스크 아가씨 리나(栗娜), 전여자 친구 란홍(藍紅). 마지막에 합류한 여 변호사는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마,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 )>의 인상이 너무 깊어서 그녀가 등장하자마자 그냥 남주의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리나는 변호사 사무실의 프런트 데스크 아가씨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또 그녀가 조율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행정적 일 처리를 정말 똑 부러지게 하는 유능한 직원이다. 

  그녀는 날마다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엉덩이 곡선이 잘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는데, 그 곡선을 도도하게 뽐내면서 걷는 장면은 아주 귀엽다. 그녀가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관능의 표현이라기보단, 그렇게 유능하게 일처리를 하고도 여력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따이시는 법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보는 천진난만한 인물로 나온다. 매 사건을 맡을 때마다 뤄빈이 정의의 편에 서지 않고, 돈벌이가 되는 의뢰자 쪽을 선택한다고 생각해서 뤄빈과 갈등을 겪는다. 

  따이시와 뤄빈은 처음에는 자석의 양극처럼, 따이시는 극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뤄빈은 극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점점 전염되어 간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이걸 확실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뜨거운 태양 밑에 세워진 자동차 뒷 좌석에서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따이시가 돌덩어리를 집어 차문을 깨려고 한다. 뤄빈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이 처리하도록 하자고 한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경찰이 올 때까지 뒀다가는 강아지가 죽고 말 거예요." 

  따이시가 발을 동동 구르자, 로빈은 차 트렁크에서 망치를 꺼내 와서 자기 손으로 자동차 유리를 탕하고 깨 준다.

  "뤄빈씨, 당신은 고의재물파손죄를 저질렀어요." 따이시가 농담을 건넨다.

  예전 같았으면 따이시가 했을 법한 행동을 뤄빈이 하고, 뤄빈이 했을 법한 말을 따이시가 했다. 


  란홍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겠다. 그녀의 어떤 요소에도 딱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아 어떻게 저 인물이 뤄빈의 전여자 친구일 수 있어?' 하는 반감이 일었다.


조연들조차도 모두 사연이 있다

  모든 인물들이 성장배경이 있는 인물이다. 어떤 드라마를 보면 조연들은 그냥 주역의 줄거리에 맞춰 주역의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빼꼼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이 드라마의 모든 조역들은 화면에 소개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정말 생활하고 있는 인물처럼 자잘한 성장배경이 있다. 


  예를 들면 굴곡이 드러나게 원피스 입는 것을 좋아하는 리나에게는 파렴치한 아버지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부인과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가서는 소식이 없다가, 늙어서 의지할 곳이 없어지자 리나를 찾아와 부모부양의 의무를 지라고 요구한다. 딸의 집도 딸이 벌어오는 돈도, 자기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같이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이다. 그런데, '헛!'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리나가 그의 친딸이 아니라는 거다. 리나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아버지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 그럼, 리나와 이 아버지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맺었겠는가? 

  

  허사이(何賽)는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법률가의 저명한 인사다. 뭔 사건으로 법률적으로 권위 있는 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에 허사이의 아버지가 모셔졌는데, 허사이는 자기 아버지를 보는 순간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고 만다. 그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허사이에게 변호사가 되던지, 법관이 되던지, 검사가 되던지 해서 아버지의 일을 계승하라고 강요했다. 남들이 보면, 관심 가져주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허사이 본인으로서는 자기 인생을 자기가 좌우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계획한 길로만 가야 하는 것을 '악몽'이라고 생각한다. 


  따이씨의 배경까지는 누설하지 않겠다. 그녀가 법률을 거꾸로도 외울 정도로 잘 알면서도 변호사 자격증을 따지 못해서 커피숍에서 일하고, 뤄빈에게 발탁되어 조수로 일하면서도 대학졸업장도 없다는 것 때문에 누군가 알까 안절부절못했던 것은 그만한 배경이 있겠지? 드라마를 직접 보시길.


  심지어 따이씨의 전 남자 친구까지도 배경이 있다. 그런 것에 비하며 남주는 현재만 있고 성장배경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

  첫째, 허사이와 로빈의 입싸움은 어찌나 귀여운지. 허싸이는 거의 유치한 방법으로 응수하는데 자기는 그게 유치한 지를 모르고 정말 이치에 맞는 것처럼 군다는 게 귀엽다. 둘은 대학 친구 사이다. 허사이는 로빈의 능력이 자기를 능가한다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대사 한 자락을 옮겨본다. (이게 멋진 부분은 아니고, 그냥 쉽게 찾아져서 이걸 맛보기로 옮겨본다. 그렇지만 허싸이의 귀여움은 엿볼 수 있다. 다음에 딱 적합한 예가 찾아지면, 바꾸도록 하겠다.)


  뤄빈 : 허싸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역시 친형제가 있어야지. (何塞,打虎親兄弟。)

  허싸이 : 호랑이는 사냥할 수 없어, 호랑이는 보호받는 거야. (老虎不能打,老虎是受保護的。

  뤄빈 : 내가 비유하는 거잖아. (我是比喻)

  허싸이 : 그러면 너 비유를 바꿔 (那你就換個比喻)

  뤄빈 : 전쟁을 하려면 친형제지간이 안심이 되고, 출전을 하려면 부자지간이 안심이 되지. 이런 생사가 걸린 때일수록, 우리는 아버지 같고 형제 같은 전우가 더욱 필요해. 우리는 반드시 우리와 한마음이고 신념이 일치하고 생사를 같이할 전우만 남겨야 비로소 겹겹한 포위를 뚫을 수 있다고. (打仗親兄弟,上陣父子兵。越是這種生死攸關的時刻, 我們越是需要如父如兄的戰友。我們必須留下跟我們一條心,信念一致 生死與共的戰友, 我們才可能殺出重圍) <마지막 회 33분>)


  그리고, 로빈은 항상 허싸이가 열받게 대답한다. 


  허싸이 : 넌, 네가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너의 이 예의 없는 모습은 특별히 사람을 짜증 나게 해.(你覺得你很聰明,但是你這副沒有禮貌的樣子特別讓人討厭。)

  로빈  : 예의는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과 거리를 두기 위해 생각해 낸 일종의 전략이지. (禮貌是聰明的人想出來的與蠢人保持距離的一種策略。)


  둘째, 대사가 굉장히 많다. 중드를 보는 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어 듣기 공부이기 때문에, 대사가 좀 빨리, 많이 나오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무협극처럼 동작은 많고, 대사가 적은 것은 어지간히 재미있지 않으면 안 보는 편이다. 된통 화려한 동작 뿐이기 때문에. 대체로 변호물 드라마는 대사가 적을 수 없는데, 이 드라마는 사자성어, 관용어 같은 게 특히나 많이 나온다. 

방영이 끝났을 때

  다음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지 못해 중드블루를 겪었다. 


  이 드라마 2탄이 나와야 한다! 결말이 그럴 뽐새로 끝났단 말이지. 

  따이시의 과거사와 연관되어 한 기업가의 의뢰를 거절하게 되면서, 변호사 사무실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그러자,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고객을 데리고 줄줄이 떠나버린다. 변호사 사무실에는 뤄빈, 따이시, 허사이, 리나, 거의 마지막에 합류한 한 여변호사만 남는다. 그리고 따이씨의 전 남자 친구가 텅 빈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서며 출근하러 왔다고 외친다. 거기다가 마지막 사건은 막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고. 

  아직 시즌2를 찍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없다. 그냥 이걸로 끝인가?

  

  드라마의 OST도 하나 추천한다. 따이시가 뤄빈에게 칭찬받을 만하게 일을 잘 해결해 내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신나는 리듬의 노래가 있는데, 듣기에 참 유쾌하다. 제목은 당대시인(當代詩人)이다.  나는 이 노래, 1.25배속이 더 마음에 든다. 더 신나게 들려서. 가장 신나게 들리는 가사 일부를 옮겨본다. 

  

  "~정의의 모양은 어떤 모양으로 생겼나 (正義的形狀長什麼模樣)

  선량함으로 원칙적 입장을 수호하라 (用善良捍衛原則立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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