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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07. 2024

春風十里不如你(chūnfēng shílǐ bùrún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당신이 이 아름다운 글귀를 완전히 느껴줬으면 해서, 춘펑쓰리부루니(春風十里不如你)의 한자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춘펑(春風, chūnfēng)은 '봄바람'이고, 스리(十里, shílǐ)는 '십리'이고, 부루(不如, bùrú)는 '~만 못하다'이고, 니(你, )는 '너'다. 한자 그대로 간단히 직역하면 '봄바람 십리, 너만도 못해'이다. 

  일반적으로 마음에 둔 여자에게 하는 말로 여겨지는데, '아무리 아름다운 봄 경치도 당신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뜻이다. 

  봄은 대지가 꿈틀꿈틀 다시 살아나는 시기고, 초목이 연한 새 살을 틔우는 시기고, 봄꽃이 수줍게  피는 시기고, 사람 마음도 간질간질 흥분이 되는 시기다. 그런 봄도 너보다는 못하다고 하니, '너'에 대한 예찬이 이보다 더 지극할 수는 없다.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좋아도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는 없어'인 것이다. 


  춘펑쓰리쁘루니(春風十里不如你), 나는 이 문장을 드라마 제목으로 처음 만났다. 드라마 속 여주와 남주가 사랑하는 모습이랑 제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여주 조동위(周冬雨)가 남주 장이산(張一山)을 대놓고 '넌 내 거!'의 방식으로 좋아하는데, 그 당돌함과 순수함이 정말 봄의 태동스럽다. 


  나는 이 글귀가 너무 예뻐서 이걸 적어 넣은 머그컵까지 만들었다. 봄비가 하늘하늘 오는 걸 배경으로 깔아 넣고, 한 면에는 춘펑쓰리뿌루니(春風十里不如你)라는 한자를 세로로 적어 넣고. 다른 한 면에는 조동우(周冬雨)를 여우로, 장이산(張一山)을 양으로 비유해서 그림을 그려 넣었다. 머그컵으로 아침 밀크티를 마실 때마다 이 글귀를 보며, '아 너무 아름답잖아'의 감탄을 반복한다. 


이런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 글귀 어쩐지 너무 예쁘더라니, 역시 출처가 있었다. 


  이 글귀는, 현대 작가 풍당(馮唐)의 시, <春水初生,春林初盛,春風十里,不如你。(봄에 막 불어난 물, 봄에 막 푸른 잎을 피운 나무, 십 리의 봄바람, 이 모든 것이 너만 못하다.)>에서 나왔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글귀는 그녀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당(唐) 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증별(赠別)>에 나온 시구 <春風十里揚州路,卷上珠簾總不如>를 재창조한 것이다. 

  두목(杜牧)의 이 시구가 무슨 뜻인고 하니. 번화한 양주성(揚州城)은 아름다운 봄 풍경처럼 유흥가가 쭉  뻗어 있는데, 기녀를 끼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술 마시는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그 거리에는 미녀들이 구름처럼 많다. 기루(妓樓)는 보통 주렴(珠簾)을 드리우고 있는데, 주렴을 말아 올리면 기루의 미녀들이 보인다. 시인은 양주성의 모든 기녀들이 아름답긴 하지만, 그가 맘에 두고 있는 여인만은 못하다고 읊었다. 


  두목(杜牧)은 양주(揚州)에 머무르는 동안 밤만 되면 기루를 드나들며 풍류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이 시에서 봄바람 십리보다 더 아름답다는 여인은 두목과 서로 좋아하고 지내던 기녀가 틀림없다고 본다. 춘펑쓰리쁘루니(春風十里不如你), 이 문구가 기녀에게 '기루의 구름처럼 많은 기녀들이 다 당신만 못해요, 그대가 제일 아름다워요'하려고 만들어진 문구인 것이다.


  이런 출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지금,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이 문구를 쓰기가 좀 꺼려져 버렸으려나? 문학적 소양이 좀 있는 상대에게 썼다간 기분상해할 지도......


  두목(杜牧)이 이 구절을 바친 대상이 기녀였더라도, 나는 이딴 출처 몰라하고 계속 이 글귀를 예뻐라 한다. 나는 딱 이쁜 나이였을 때, 봄을 좀 많이 탔다. 그래서, '봄바람 십리, 너만도 못해'의 표현은 내게 있어서는, '네가 좋다'를 표현하는 최고로 예쁜 표현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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