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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19. 2024

'괜찮아'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대만 사람들은 그냥 입에 미안해를 달고 산다. 나는 그게 왜 싫으냐 하면, 일본인처럼 친절을 가장하는 듯해서도 아니고, 미안하다는 친절로 상대와의 거리를 벌려놓는 것 같아서도 아니고, 마음에도 없으면서 말로만 미안하다고 가볍게 말하는 것 같아서도 아니다. 일단 들으면 내 쪽에서 '아냐, 괜찮아'나 '별 일 아닌걸 뭐' 또는 '미안하긴 뭘 미안해' 하고 호응을 해줘야 하는 것이 딱 귀찮아서다. 


    나는 왜 ‘미안하다’는 말에 ‘괜찮아’라는 답이 잘 되지 않느냐 하면, 어떨 때는 너무도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말이기 때문에 정말로 뜻을 담아 ‘괜찮아,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미안할 것 없어’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다. 어떨 때는 ‘미안한 줄 알면 이러지 말았어야지.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야?’의 심정으로 내가 금방 괜찮은 마음이 되지 않아서다. 마음이 괜찮다고 느끼지 않는데, 내가 뱉어내는 형식적인 '괜찮아'는 내가 들어도 안 괜찮은지가 느껴지는데, 상대인들 모르겠나. 그러니 차라리 말 안 하고 만다. 


    그렇지만 나, 대만에서 지내려면 이 사람들의 이 문화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내가 너무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우리 그냥, 미안한 짓 하지 말고 미안하다는 말로 괜찮다는 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살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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