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기관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해 Nov 19. 2024

음악 취향이 너무 까다로워

    아무 노래나 노래이기 때문에 그냥 들어지면 좋겠다. 나는 음악적 소질이 1도 없고, 음치라 남 앞에서 노래도 부르지 않는데, 노래 듣는 취향은 어찌 까다로운지. 맘에 딱 들어오는 노래가 잘 없다. 내 맘에 딱 들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 해도 내게는 그냥 소음이다. 나는 좀 우울기 있고, 좀 반항기 있는 목소리로 까짓것 샤우팅 하는 노래를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언젠가 기록해 둔 노래 하나를 발견해서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다. 내 카톡으로 보내놓은 메시지에서 발견했다. 


    나는 내 카톡에 뭔가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긴급히 보내 놓는데, 어쩌다 와이파이 상태가 좋지 못해 가지 못한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가지 못한 메시지들을 주룩 내려야 오늘 내가 보낸 메시지를 있는데, 이게 이제야 귀찮아져서 오늘은 부지런을 발휘하여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그러다 발견했다. '본능적으로'라고 적힌 메시지. 노래 제목을 기억하려고 적어놓았을 것이다. 언젠가 들었을 때, 듣기 좋다고 느꼈기 때문에 카톡 메시지로 기록해 뒀을 것이다.

    하던 일을 접어두고, 이 노래를 찾아 들어본다. 유튜브 위에 떠오른 강승윤 목소리의 '본능적으로'는 품질이 좀 별로다. 윤종신의 오리지널 버전은 음질이 좋나 하고 바꿔 걸었다. 

    '한 소절도 참고 듣지 못하겠다!'

    어쩜 이럴 수가! 같은 노랜데, 목소리가 다르다고 노래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강승윤 버전은 정말 이 노래 가사처럼이나 정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망울망울한 젊은 충동이 느껴진다면,  윤종신의 목소리는 너무 이성적이고 계산적이라 가사랑 하나도 안 어울린다.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 걸, 좋은 사람인진 모르겠어 미친 듯이 막 끌릴 뿐야, 내 생 최고의 사랑일지 미친 사랑의 시작일지 해봐야 아는 게 사랑이지.'


    이런 가사에 맘이 설레는 오십이 남들 눈에는 좀 주책스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게 난 걸 어쩔 수 없다. 고상한 오십을 연기하고 사는 거 힘들어서 못한다, 안 한다. 오늘은 또 뭔 느낌에 휩쓸려서 콩닥콩닥한 가사에 빠져있고 싶은 것인지..... 대략 난감. 이 노래는 막 대학에 입학했던 때의 그 봄으로 나를 데려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DuxLQ-5ZJA8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 걸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 못해

Oh- oh- oh—

좋은 사람인진 모르겠어 미친 듯이 막 끌릴 뿐야

섣부른 판단일지라도 왠지 사랑일 것만 같아

Oh- oh- oh—


내가 택했던 그녀를 난 믿겠어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내 생 최고의 사랑일지 미친 사랑의 시작일지

해봐야 아는 게 사랑이지 이제 우리 시작할까

Oh- oh- oh—


운전을 하다가 널 봤는데 사고가 날 뻔했어

좋아 파란 불이 떴어 너에게 나는 go 했고

그 S Line에 난 자석처럼 끌려

나도 모르게 침을 한 방울 흘려

오해하지 마 나는 속물 아냐

사랑을 가능케 하는 건 본능이야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너의 앞에 왔어

계산 같은 건 전부 다 은행에 다 맡겨


내가 택했던 그녀를 난 믿겠어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못 잊겠어

그 황홀했던 순간을

내 생 최고의 사랑이든 미친 사랑의 시작이든

절대 후회는 없을 거야 이제 우리 시작할까

Oh- oh- oh—

Oh- oh- oh—

Oh- oh- oh—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할 때 듣는 노래, 백색(白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