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타이베이는 춥다

by 김동해

겨울방학이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만의 1월을 몇 번 겪지 못하긴 했지만, 2026년의 1월처럼 추운 겨울은 처음이다.

어지간하면 옷을 단단히 입고 목도리를 하고 담요를 허리에 두르면 책상에 앉아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걸로도 좀 춥다 싶으면, 찜질용 매트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으면 아주 만족스럽게 따뜻하다.

올 겨울은 너무 추워서 아주 많은 시간을 침대 속에서 컴퓨터 작업을 한다. 베개를 벽에 세워 거기 등을 기대고 앉는다. 발아래 찜질용 매트를 놓고 고온으로 설정한다. 이불을 배까지 올려 덮고 그 위에 컴퓨터를 펼친다. 온돌방에 앉은 것처럼 몸이 지글지글 따뜻하다. 좀 작업을 하다 보면 목도리를 풀게 되게, 또 좀 작업을 하다 보면 팔도 둥둥 걷게 된다. 찜질용 매트를 안 가져왔으면 어찌할 뻔했누!

지금까지의 타이베이의 겨울은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축축하게 추웠다. 어느 해인가는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왔다. 그런데, 올해는 비 오는 날은 적은데, 공기가 겁나게 차갑다.

막 대만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옷을 단단히 입고, 이불을 두 개 덮는 것으로 겨울을 났다. 생리가 들쭉날쭉하며 중년의 몸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부터는 대만의 습습한 겨울의 추위를 그것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 엄마가 쓰던 찜질매트를 가져왔다. 1인용 작은 전기 매트를 사 올까 싶은 마음도 늘 있지만, 그건 부피가 크다는 것 때문에 늘 망설이다 결국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본다.

지금껏 타이베이의 겨울은 A4용지 두 장만한 찜질매트면 거뜬했다. 지난 겨울들은 제일 낮은 온도를 해놓고 잤다. 고온을 해놓고 모르고 잠들면 자다가 더워서 잠이 깼다. 그런데, 올 겨울은 고온을 해놓고 잔다. 더워서 깨는 게 아니라, 발은 따뜻한데 어깨짝은 추워서 깬다. 양말도 신고 잔다.

그저께는 다안삼림(大安森林) 공원으로 걷기 운동을 나갈 때가 오후 4시쯤밖에 안되었었는데, 구름이 껴서 컴컴하고 공기까지 차갑자 마치 고위도 지방의 극야처럼 느껴졌다. 영화 <30 Days of Night(2007)>에서 봤던, 눈으로 덮여 꽁꽁 얼어붙은 어두 컴컴한 마을에 흡혈귀들이 지붕을 밟고 휙휙 날아다닐 것 같은 공포가 느껴지는 차가움이었다.


추운 날씨가 사람의 기분마저도 좀 우울하게 만든다. 오븐처럼 뜨끈뜨끈한 대만은 개마저도 온순하다고 느껴졌었는데, 날씨가 추워지자 세상 모든 것에 거림감이 느껴진다. 온도와 신뢰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같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있다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그만 우울해지고 마는 것은 내 마음이 나약하기 때문만은 아니겠지? 뇌가 '아! 추워요'를 '신뢰할 수 없어요'라고 인식하기 때문일지도.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게 동면하는 능력이라도 생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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