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애정라인
방영 횟수 : 총 40화
감독 : 옌위통(閆宇彤)
여주 : 차이원징(蔡文静)
남주 : 펑꽌잉(彭冠英)
원작소설 : 鮮橙所의 소설《掌中之物》
이 드라마의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를 축으로 하는데, 거기 애정물의 요소도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애정물의 요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하는 남녀사이의 애정라인이 아니다. 바로 그 점이 이 드라마의 독특한 지점이고, 관객을 사로잡는 지점이고, 속편을 찍어낸 지점이다.
이 드라마의 애정라인은 범죄남과 여교수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육체적 남녀 사이의 애정라인을 생각하면 안 된다.
스포일러
이 드라마에 페이스 오프(Face Off)가 등장한다. 한 대기업의 아들이 병으로 곧 죽을 상황이 되자, 범죄남을 페이스 오프하여 그 아들의 대역을 맡게 한다. 이 대기업은 좀 사기성 있는 사업비전으로 투자를 엄청 끌어왔는데, 이 돈을 가지고 정리해서 튈 생각을 하고 있다. 정리해서 떠나는 시간을 버는 동안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하니 병으로 죽은 아들 대역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들은 사기성 있는 사업비전의 핵심 인물이었다.
뭐 이런 황당한 이야기 축으로 드라마는 전개되는데, 글로 쓰자니 황당하지만, 드라마로 보기에는 그다지 황당하지 않다.
여주는 자기 남자친구를 만나러 차를 몰고 어둑한 산길을 가다가 범죄자들을 만난다. 기지를 발휘해서 어찌어찌 살아 돌아오지만, 범죄자들이 잡히지 않는 한 삶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범죄자들의 얼굴을 본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그놈'은 자신의 신분을 아는 같은 일당들을 죽이고, 대기업의 아들 얼굴로 페이스 오프를 하고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살아간다.
평온한 삶이 이어지는가 싶던 어느 날, '그놈'은 여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여주는 그 남자가 다른 사람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놈'인 것을 알아챈다.
'그놈'은 유일한 목격자인 여주를 죽이면 신분이 들통나지 않을 테지만, 그럴 수 없는 어떤 갈망에 사로잡힌다. 난 잘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그 대사 부분을 여기 옮겨보겠다. 이 대사는 여주가 '그놈'을 앞에 두고 뱉어낸다.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단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죠.
나를 죽이면 아무도 당신이 션쓰지에(申世傑)인걸 모르죠.
어쩌면 아직 누군가도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애타게 당신이 션쓰지에(申世傑)라는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어 하죠.
당신은 달갑지 않죠,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달갑지 않죠."
(你不殺我, 不只是爲了折磨我。
殺了我,就沒人知道你是申世傑了。
也許還有人也知道你的秘密, 但那些人都巴不得把你是申世傑的一切痕跡都抹掉。
你不甘心,不甘心頂著別人的一張臉活在這個世界上。)
이 대사에서 남주가 여자를 갈망할 수밖에 없는 원초적 본능이 느껴지는가?
자신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진짜 자신을 아는 유일한 존재인 그녀를 갈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이해하는 그녀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냔 말이야.
여기까지 들으면 언뜻 남주만 여주를 애정하는 것 같지만, 이 드라마의 애정라인은 쌍방이다. 여주는 자신의 부모와 남자친구를 인질 삼아 비열하게 협박하는 남주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주가 자신을 애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골적인 유혹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녀가 총명함과 용감함으로 남주와 심리전을 벌이는데, 거기에 남주는 어쩔 수 없이 유혹당한다.
악역이 어울리는 남자
이 남자배우가 다른 드라마에서 착한 역으로 나온 것도, 외도하는 찌질한 역으로 나오는 것도 봤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의 악역이었다. 이 배우가 악역이 잘 어울리는 것은, 그의 얼굴이 요새 뜨는 배우처럼 곱상한 예쁨이 전혀 없는 전통적인 남자 얼굴이라는 점과, 키가 상당 크고 체격이 좋아서 무력을 쓴다면 정말 괴팍한 힘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속편
2022년 드라마 <不期而至>가 나왔을 때, 남녀 주인공이 같다는 것에 끌려 아무 정보도 없이 보게 되었는데, 첫회를 보는 순간, <陽光之下>의 속편인 것을 알았다. 딱히 찾아보지 않았지만, 같은 감독이 찍은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오늘 찾아보니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다.)
<陽光之下>를 볼 때, 남주와 여주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한 회를 보고 나면, 다음 회가 막 기대가 되고 그랬다. 이 드라마를 찍은 사람들도 이 남주와 여주의 케미가 관객을 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남녀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또 찍는 것일 테다.
보통 속편은 같은 줄거리에서 이어지거나, 적어도 남주와 여주의 인물 설정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 속편은 스토리도 인물 설정도 전편과 완전히 다르다. 그럼 뭘 보고 속편이라고 하느냐고? 남녀주인공의 애정라인이 전편과 유사하다.
이번 편은 엄청난 빚을 남기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라진 남자의 '아내'와 이 채무와 관련하여 변호를 맡은 '남변호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완전 다른데도, 남녀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비슷하게 전개된다는 것이 참 재미가 있다.
전편을 먼저보고 속편을 보길 추천한다. 전편을 알아야, 남주와 여주의 애정라인이 더 간질간질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