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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01. 2024

무소외구(無所畏懼, 2023)

총회:40회

감독: 쨔오진타오(趙錦燾, zhàojǐntāo)

남주: 왕양(王陽, wángyáng)

여주: 레이자/르어이짜(熱依扎, rèyīzhā) 


제목의 의미

  제목 무소외구(無所畏懼, wúsuǒwèijù)는 '무서워할 무엇도 없다,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의 4자성어다. 누군가 무소외구(無所畏懼)에 대해 정말 적합한 글귀를 인용해 놓은 것을 봤다. 

  

  什么是'无所畏惧'?或许用罗曼罗兰那句话来形容最合适不过,世上只有一种真正的英雄主义,那就是认清生活的真相后依然热爱它。(무엇이 '두려워하지 않는다'인가? 아마도 로맹 롤랑의 문구로 형용하는 것이 가장 어울릴지도. '세상에는 오직 한 가지 진정한 영웅주의가 있다, 그건 바로 생활의 진실을 똑똑히 알고도 여전히 그것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다.')


  이 인용구는 정말 드라마 내용에 딱 맞다. 여주의 남편은 딴 여자와 눈이 맞아 해외로 도망가면서, 여주의 이름으로 평생을 벌어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한 은행 대출과 사채 빚을 남긴다. 여주는 숨통이 막힐만한 빚의 무게에도, 삶을 정의롭고 우아하고 도리에 맞게 살아 나간다. 뭐, 드라마여서 가능했겠지만, 관객인 나는 이런 용감한 자세의 여주가 보고 싶은 거니까. 


이 여배우의 연기

  여주가 맡은 역은 실습 변호사인데, 연기가 아주 끝내준다.  표정연기가 정말 자연스러워서, 카메라 앞에 서있는 것 같지 않고, 그냥 정말 그렇게 생활하는 모습을 화면에 옮긴 것 같다. 나는 이 배우를 이 드라마에서 처음 보지만, 그녀는 절대 신인일 수 없다. 이게 신인의 연기라면 이건 너무 소름 끼치는 능력이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내가 봐온 수많은 중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어째 이상하여, 검색을 해봤다. 우리나라에 <옹정황제의 여인>으로 번역된 견환전(甄嬛传, 2011)에서 옹정황제의 여인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배역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나는데, 이 여배우는 시대극에서 북방에 사는 호방한 여자로 자주 등장했다. 머리에는 동물짐승 털의 모자를 쓰고, 말을 거칠게 몰고, 남자들을 호령하는, 길들여지지 않는 여성의 느낌으로 자주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매번 시대극에서만 보다가 현대극에서는 처음 보니 못 알아봤다. 시대극에서도 그녀는 딱 그 역할의 사람처럼 나와서, 이 배우가 그 역할을 했다로 기억되지 않았다. 현대극에서도 그녀 자체가 뿜어내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느낌은 그대로 뿜어져 나온다. 


내가 빠져드는 지점

  나는 여자 주인공이 정의, 공평, 인간의 도리, 이런 거 열심히 따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러브라인이 빠지면 또 봐내질 못하지만. (러브라인이 노골적이면 노골적인 대로의 맛이 있긴 하지만, 원수처럼 티격태격하다가 자신도 몰랐는데 사랑에 빠져있는 걸 발견하는 류를 좋아한다. 아니, 사실, 어떤 류의 러브라인이든 다 좀 좋아한다. 대리만족이 필요한 관계로. 너무 여성스러운 여주가 나오는 러브라인은 그래도 못 봐낸다. 내가 여성적 면이 부족한 관계로 그런 류의 여주에게는 감정이입이 안 돼서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족의 모드로 진입 자체를 못 한다.)

  '정의', '공평'이런 거 좋아하는 것은, 내가 남녀차별이 심한 집안에서 서러움을 제대로 먹었기 때문인데, 내 대리인이 되어주는 드라마 속 여주가 '정의'를, '공평'을 따지고 들면 속이 다 시원하다. 

  '인간의 도리' 따지는 것이 좋은 이유는, 나도 그렇게 제대로 도리 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이답지 않게 도대체 철이 안 드는 체질인데, 중드를 보면서 인간의 도리를 배운다. 

  

연기파 배우를 가리키는 용어

  중국에는 연기파 배우를 가리키는 용어, 시찡(戲精),시꾸(戲骨)라는 말이 있다. 이런 단어가 있다는 것은 중국관객들이 배우의 연기에 대해 엄중하다는 뜻일 터.

  방학 때 집으로 돌아오면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해서 봐줄 수 없을 때가 많다. 중국드라마 중에도 오썅쥐(偶像剧, 아이돌극)이라고 해서, 전문 배우가 아닌, 그저 인기가 많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드라마들이 있는데, 그런 드라마는 어설프기가 짝이 없다. 하지만, 시찡(戲精),시꾸(戲骨)라는 평가를 받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는, 호흡과 손가락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어 감탄스럽다.

  

서브라인마저도 탄탄

  드라마를 많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 드라마에는 하나의 메인라인에 한두 개의 서브라인이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나. 이 드라마의 메인라인, 羅英子와 陳碩가 이끌어 가는 내용이야 뭐 말할 것이 없고, 서브라인도 매력적이기 그지없다. 

  멋진 서브라인들을 한번 나열해 보자면. 첫째, 여주의 상사 老韓. 그는 여주의 직장동료 邱華를 성추행하데, 이 두 여자가 老韓을 이겨먹는 스토리는 정말 통쾌하다. 둘째, 가정부 蘭蘭. 그녀는 시골에서 상경하여 도시에서 돈 많은 남편을 만나 인생 대박 치기를 바라는 역으로 나온다. 셋째, 여주 남편, 劉銘의 부모님. 이들은 아들의 소행을 묵인해 주고 며느리를 속이는데, 정말 밉쌀스런 시부모로 나온다. 넷째, 사채업자 사장. 그는 고리대금업자이긴 하지만, 상도덕도 있고 의리도 있다. 여주는 많은 위기에 그의 도움을 받는다. 


속편에의 기대 

  드라마의 결론을 보면, 속편이 꼭 나올 것 같다. 아마 속편에서는 羅英子, 邱華, 夏舒, 이 세 여자가 독립해 나와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펼쳐지는 활약일 것이다. 속편에서도 드라마의 주축은 羅英子와 陳碩가 중심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결말에 등장한 어린 여변호사 夏舒의 역할이 커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좀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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