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카트 라이더

시작은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나도 여기서 시작할 줄은 몰랐지

by 김동주



나는 지금 카트 위에 캐리어를 올려놓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 둔 채 공항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오랜 시간 숙원인 듯, 혹은 꿈인 듯 키워 왔던 여행 작가로서의 인생을 나름대로 시작해 보려는 것이다.


'생각이 들면,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해 버려야 해.'


서른을 넘기며 단 하나, 대부분 옳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깨달음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루지 않고 시작하는 습관. 물론 그 습관 덕분에 손해를 본 적도 있지만, 적어도 손해든 이득이든 살아보니 '무엇이든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어쨌든, 공항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적잖이 기분이 묘하다.

언제나 내 방, 조용한 곳에서만 일을 해 왔으니까.


요즘에는 카페나 도서관처럼 공공장소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게 가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아닌 줄' 알았다. 주변 소음이라던지 시선이 신경 쓰여서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하고자 하니까 된다.


테이블이 잘 차려진 곳이 아닐지라도 '진짜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출국까지 시간이 붕 떠버린 가운데 싱가포르 공항 어딘가에서 시작해 버렸다.


내 나름대로의 여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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