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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21. 2022

RE-WRITE : 책 좀 빌려줄래?


 제목부터 마음을 확 당긴다. 사진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책장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앉아서 책을 보는 소녀를 바라보는 장난기 어린 저 남자아이의 얼굴은 딱딱한 재질의 책 표지 사이에 난 네모난 구멍을 통해 다음 페이지에 그려진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도 예쁘고 한 권 사고 싶은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뿐만 아니라 카툰 에세이라니! 카툰이라니!




 ...이런 마음으로 책을 산 당신이라면 사실 이 책은 당신에게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우리가 봐야 할 문구란 '카툰 에세이'가 아니라 '책덕후'라는 표현이다. 당신이 진정, 진성 책덕후라면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며 즐겁고 유쾌한 독서가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부분에 "?"를 띄우게 되는 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 한들. 이 책을 선택했다면 부디 한 번만 읽어보진 마시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책 한번 쓱 읽는 데는 20~30분이면 충분하다. 그림책이잖아? 기지? 


그렇다고 이 책을 사서 책장에 넣어 놓을 거라면 20~30분 즐기고 20~30년을 책장에 보관하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적어도 다른 책 읽을 시간만큼 두 번, 세 번 더 읽어보면서 저자가 적어 놓은 공감 가는 책덕후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내가 당신!


이라고 하긴 했지만 ㅋㅋ 사실 나도 저자만큼의 책덕후는 아닌지라 금세 읽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몇 번 더(아무래도 그림책이니까) 읽어보면서 아하! 하는 부분, 킥킥하는 부분이 많았다. 여유로운 시간에, 혹시 당신이 여러 고전 문학이나 에세이, 철학서 등으로 조금 지쳐있다면 이런 책을 읽으면서 환기 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책은 좋은 여운을 선사해 줄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네이버 시리즈에 웹 소설을 연재 중이다. 잘 나갔다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길 시간조차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내 소설은 여러 소설들 사이에 묻혀가는 중인 것 같다. 그럼에도 노력해 주는 출판사 관계자분들과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연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웹 소설을 써가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참, 나와 맞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태생이 글쟁이였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어릴 때부터 집에 있을 때면 할 게 없어서 책을 봤고 (미안, 나 때는 휴대폰 같은 거 없었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메뚜기, 개구리 잡고 다녔거든) 그때 참 많이 읽었던 게 세계 명작 동화와 위인 전기였다. 그러고 나서 점점 커가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양한 작품들을 좋아했고 "개미"를 사랑했다. 아버지 책장에 꽂혀 있던 여러 책들을 읽어봤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에 읽으면서 "왜 우리 아빠는 부자가 아닐까?"에 대한 불효심의 의문을 품기도 했다. (아빠, 미안.) 그리고 그 책장에서 "아버지"라는 책을 읽으며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쩌면 이건 아빠의 숨은 의도일 수도...)


 그렇게 글을 읽다가 중학교 2학년쯤부터 대 파란이었던 판타지 소설을 마구잡이로 쓰곤 했다. 두꺼운 스프링 노트가 집에 쌓여가고 오른손 새끼손가락 측면은 항상 닳아서 반질반질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썼을까 싶기도 한데 아직도 몇 권은 집에 가지고 있다.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당시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고 그 영화의 이름을 어느 정도 따와서 현대물 판타지 소설을 연재했었는데 '조아라'라는 사이트에서 조회 수가 6만에 가까이 도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나는 진지하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만큼 글 쓰는 게 좋고 즐거웠다.


 그래서? 내가 고등학교 진학을 안 했을까?

아쉽게도 아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시고 본인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보다 젠틀한 방법으로 나와 논쟁을 벌였는데 그것은 바로 메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이 방법은 부자간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이성적으로 상대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논리에 졌고 그렇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다. 가서도 계속해서 글은 썼지만 그렇다고 글과 연관된 대학이나 직장을 가진 않았다. 


 먹고사는 문제였다. 이것만큼 중요한 게 어딨으랴. 그러다 본격적으로 이렇게 인터넷상에 내 생각을 옮기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어간이었던 것 같다. 무려 7년 가까이 이런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누가 돈을 주거나 (애드 포스트 욕심도 있긴 했다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전략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이것을 통해서 뭔가 해보자는 의도가 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 생각을 조금씩 이렇게 남겨 놓는 것이 좋았다. 


 어쩌면 내 글의 본질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남겨 가는 것 말이다. 


 지금의 웹 소설은 내가 알던 소설과 다르다. 굉장히 빠른 템포에, 묘사보다는 대사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나의 집필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나는 하나의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순간을 머릿속에 찍어내 순간과 공간의 모든 느낌을 디테일하게 집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냄새와 공기와 감정과 모양.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졌을 때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느끼는 그 공간의 전체적인 그림을 같이 그려가기를 원한다. 나는 나의 글이 독자가 보는 영화가 되기를 원했다.


 이런 나의 모양을 깨고 웹 소설의 방향에 맞춘다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매진했지만 글을 쓸 때마다 쉽지 않았다. 물론 성과가 없다는 것이 의욕을 떨어트리는데 많은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어쩌겠는가, 내 능력인 것을. 다만, 나는 포기하진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나만의 스타일의 글을 여기, 이곳에 남기고 또 다른 곳에 나만의 소설을 올리고 웹 소설도 반드시 같이 나아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저 위의 장면같이 "처음처럼 나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써봐."라는 말과 꼭 같은 느낌이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이 즐겁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냥 이 순간이 즐겁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고맙다. 앞으로도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그저 이렇게 나의 글들을 올리며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다시 쓰며 내 앞길을 걸어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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