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Feb 20. 2017

신념과 전쟁 사이에서 승리하다.

영화 <핵소 고지>

 우리의 현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지금의 안락한 삶 속에서 내게 주어진 이 삶의 흐름이 권리라고 당연히 여기는 삶까지 누구의 수많은 삶들이, 생명들이 희생되었는가?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는가? 당신은 한 번이라도 그들을 위해 고개 숙여 기도해 보았는가?

영화 ‘핵소 고지’는 다시 한 번 그들의 희생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함은 물론 한 명의 신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또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생명을 지킨 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이 ‘도슨’이라는 남자의 모습을, 그의 영상을 엔딩으로 보기 전까진 그저 허구라고 믿고 싶었다.



전쟁.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는 그전에 한차례 몰아쳤던 1차 세계대전의 회오리 보다 더 크게 세계를 집어삼켰다. 본격적인 이념의 대립과 강대국들과의 거점 싸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짐승으로서 강자만이 살아남았던 그 시대에서 강자 아래에 하나의 건장한 세포들이었던 인간들은 그들의 삶을 포화 속으로 내던져야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가 젊은 자들을 전쟁으로 부추기기도 했고 강대국에 집어 삼켜진 식민지에서는 남자라면 총을 들 수 있는 나이가 되기만 해도 징집되어 끌려 나갔다.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생명들은 다른 생명을 짓밟을 수 있는 총이라는 무기를 들고 그 안에 구릿빛 실탄을 화약에 실어 당겨 날리며 전쟁의 혈류에 동참했다.

그러나 ‘도슨’은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가 달랐다.



 도슨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리고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였다. 그는 전우들이 죽은 곳에서 그들의 묘비를 보며 자신의 삶을 한탄했다.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삶을 살아가는 당시의 전형적인 어른들이었다. 

그러나 ‘도슨’은 그 안에서 자신의 믿음을 찾았다. 성경을 가슴에 묻고 과거의 경험을 통해 ‘총’을 잡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위생병에 지원했다. 그러나 군대 속에서 ‘총’을 잡지 않겠다는 다짐은 쉬이 인정받지 못 했다. 

군인에 입장에서 총은 당연한 무기이며 그들의 존재 이유이다. 싸우기 위해, 국가를 지키고 전우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가 바로 총이기에 사격을 거부하는 군인은 그 당시 치열한 전투 속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도슨’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신념에서 승리한 그는 위생병으로 오키나와의 핵소 고지를 향해 나아간다. 자신을 지킬 방패 하나 없이 온몸에 총 대신 최대한 많은 의무 약품을 두르고 전투에 참여한다.

영화는 너무나 잔인하다. 그 전투의 모든 모습을 이제까지 보지 못 했던 차원이 다른 잔인함으로 정말 실제처럼 잘 드러내고 있다. 몸이 분해되고 시체가 넝마가 되는 곳.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곳. 고지전이 그러하듯 점령하면 점령당하는 그곳에서 일본에 쫓겨 전부 도망친 그곳에서 홀로 남은 ‘도슨’은 신에게 기도한다.

“한 명만, 한 명만 더 살리게 해주십시오!”

그는 그곳에서 하룻 밤 꼬박을 그의 전우들을 구해냈다. 일본군의 소굴이었던 그 핵소 고지에서 홀로 절벽 아래에 70명이 넘는 부상당한 전우들을 내려보내며 계속해서 기도했다. 한 명만 더 살리게 해달라고. 



 어떤 종교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또한 많은 생명을 구한 그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2006년에 사망한 그는 당시 군에 많은 귀감이 되었고 훈장도 받았다. 

우리의 오늘은 어떠한가.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참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 장렬히 산화한 우리나라의 영웅들을 잊고 사는 것만 같다. 자유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이며 또한 꼭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다. 요즘 삶이 힘들고 지쳤을지라도 당장 내 옆에 포탄이 날아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없는 현재의 삶에 어느 정도 위안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사죄할 수 있는 기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