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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y 13. 2017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영화 <목소리의 형태>

 요즘 <보스 베이비>가 핫하다. 전형적인 3D 애니메이션이자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보고 나서 돈은 아깝지 않을 그런 영화. 그에 비해 이런 2D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미나 표현, 연출 모든 방면에서 3D 애니메이션이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며 또한 수많은 대작들이 계속해서 밀려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원령공주>의 몽환적 세계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색다른 느낌과 <너의 이름은> 같은 그림만이 전해주는 감동을 믿는다. 2D 애니메이션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감과 차별화되는 표현력을 신뢰한다. 그것은 언제나 나를 또 다른 설렘으로 반겨주곤 했다. 

 이번 영화 <목소리의 형태>도 솔직히 <너의 이름은>을 봤을 때처럼 도박이었다. 그냥 단순한 이끌림 때문에 <보스 베이비>를 제쳐놓고 봤다. 2D 애니메이션은 그림이기 때문에 그림체를 따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림체도 솔직히 내 마음에 크게 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2시간이 넘는 그 시간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넘어서는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고 나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혹시 이 영화 보셨다면 당신은 어땠는가?



 나의 어렸을 적, 다름이라는 것은 곧 틀림이자 잘못이라고 인식됐던 세계가 있었다. 

 여러분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에서 큰일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림감이 되기에 충분했던 그런 어린 시절이었다. 어딘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일반 학생들과 다른 부분을 가진 친구들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세계였다. 그것은 적어도 중학교까지 계속됐다. 

 내 어린 시절부터 소위 왕따라는 개념이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단순한 따돌림이었던 행위들이 몰상식하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학교 폭력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에서는 겉만 번지르르한 단어일 뿐 어느 하나 변한 것은 없었다. 결국 다른 것은 틀리고 잘못된 것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니시미야도 마찬가지였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음은 물론 말조차 어눌하고 주변에 항상 도움을 받아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 거기에 전학생. 그런 니시미야를 학급 친구들은 점점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쇼야가 있었다. 그러나 니시미야가 겪어야 했던 괴롭힘의 끝에 전학을 가버리고 그 모든 잘못을 혼자 짊어지게 된 쇼야는 역으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하며 대인 기피증이 생기기 시작하고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어린 시절의 철없음을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종종 그 대상을 연예계에서 찾기도 하고 혹은 주변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미안해하며 괴로워하지만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과거의 자신이 힘껏 던져 꽂은 비수의 칼날은 결국 그 대상의 가슴에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들어 냈고 그 상처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쇼야는 니시미야의 마음에도 몸에도 그런 상처를 냈다. 그러나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 그제야 그는 그가 했던 그 잔혹한 일들을 후회하고 세상에서 도망친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니시미야를 찾았고 어린 시절처럼 착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성장한 니시미야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쇼야를 마음으로 받아준다. 

 그러면서 쇼야는 자신이 닫아놓았던 마음의 문을 니시미야와 함께 열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주변에 쳐져 있는 수도 없이 많은 엑스표. 그 엑스표를 얼굴에 달고 살아가는 그가 스스로 단절시킨 사람들 중에서 하나둘 엑스표 딱지를 떼고 다가오는 친구들의 존재 또 그들과의 갈등. 니시미야와 쇼야 사이에 얽힌 사람들의 감정 선과 그 대립 또 그 둘의 알 수 없이 미묘한 관계 충격적인 사건과 회복 그 모든 부분의 표현과 연출이 굉장히 뛰어난 영화였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충분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들과 연관성, 소위 말해 "팩트"를 가지고 진행하는 영화의 방향 속에서 얽히고 설긴 감 정선들이 하나둘 풀어져 나가는 모습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 냈고 그 속에서 깊고 얕은 감동들이 꾸준히 심장을 때렸다.



 영화 속 틀어지고 썩어진 관계가 하나둘 회복되어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숙이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그것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극적이고 파격적이기에 놀랐고 색감과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모든 것이 좋았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 한두 명은 이런 친구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또 그들을 괴롭히던 친구들도 있었을 것이다. 혹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과거에 이런 친구였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런 친구를 보호해주고 아껴줄 용기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며 그 순간을 후회했고 또 그 친구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했다. 

 나는 이 영화를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보면 좋겠다. 웃고 넘어가는 <보스 베이비>의 재미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 이면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를 보다 많은 아이들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이 영화를 통해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내 행동이 타인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영화가 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이 현실적인 영화가 어서 사람들을 변화시켜주기를 바란다. 
 이 진실되고 순수한 영화가 우리 삶의 형태를 바꿔주기를 바란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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