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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Aug 02. 2017

# 더위는 찹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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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여름은 사람반 더위반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위가 사람들을 녹이려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 달려들었던 바람과 해의 싸움에서 해가 이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용케도 나는 안녹았다. 다른 사람들도 용케 안녹았다. 그래서 해가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열렬한 뜨거움은 그래도 좋은데 바람을 타고 달려드는 눅눅한 것들은 사람들의 손에 작은 선풍기를 들게 했다. 마치 보물인양 다들 얼굴 여기 저기에 가공된 바람을 불어넣는다. A가 그랬다. 


"저 바람도 습할거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가지고 싶어.' 그래서 다들 사나보다. 결국 저기서 나오는 바람도 잔뜩 물기를 가지고 달려들 것인데 순간의 시원함을 가지고 싶은 걸까? 그만큼 하늘이 열일중이다. 




생각보다 잔뜩 서울의 거리를 거닐었던 A는 시간이 갈 수록 얼굴이 구겨졌다. 길에 떨어진 신문지를 구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들어서 A와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웃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을 만큼 더웠지만 그래도 피식 웃어보았다. 


그리곤 A의 살을 툭툭 쳐보았다. 그의 살과 내 손바닥이 함께 신기한 소리를 냈다. 아마 표현해 보자면


'찹찹' 


이 맞을 것 같다. '찹찹' 그 소리가 나서 나는 또 피식 웃었다. 그런 나를 A는 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또 한번 쳐보고 싶었는데 '찹찹'이 '퍽퍽'이 될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내 웃음 조차도 허락되지 않을 더위였기에 




오랜만에 나온 서울의 거리는 

오랜만에 느껴지는 현실적인 폭염에 나와 A를 당황시켰지만 

나는 그 속에서 사람들의 더위 나는 방법과 날씨와 몸이 맞닿아 내는 톡특한 소리를 느꼈다. 

그 소소함에 오늘 또 한번 웃었다. 오늘 또 한번 즐거웠다. 


툭하면 울려대는 날씨 경보 알람이 '찹찹'이면 어떨까. 

조금은 놀리는 것 같을라나?


'- 찹찹 오늘은 엄청 더워요, 여러분 조심하세요 - 찹찹' 이러면 어떨까.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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