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_ 사랑공감6
3년전 학원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습니다. 하얀 피부, 큰 키, 예쁜 얼굴에 귀여운 단발머리, 저는 그녀에게 말그대로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가만히 바라만 보기에는 그녀가 너무나 예뻤거든요. 하루라도 늦으면 그녀를 누군가가 가져갈 것만 같았습니다.
강의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원강의가 길어야 1~2주 코스였기에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일 남짓이었습니다. 그녀의 강의시간표를 예의주시했고 그 스케줄에 최대한 맞췄습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 노선을 알아냈고 저도 그 노선을 따라 탔습니다. 제 집을 훨씬 지나쳤던 그녀의 정류장. 그녀에게 언젠간 말을 걸겠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3번째로 따라갔던 날, 처음으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동안의 제 뜨거운 시선이, 제가 일부러 따라다니는 것이 느껴져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작은 쪽지에 제 진심을 적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없다면 만나보고 싶다고, 남자친구가 있어도 일단 친해지고 싶다고, 부담스럽겠지만 부담스럽지 않은척하고 가까워지자고. 핸드폰 번호를 남겼고, 혹시 몰라 메일도 남겼습니다.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명함까지 함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처절하지만 진짜 간절했나 봅니다. 그리고 정말 현명한 행동이었죠.
하지만 그녀에게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학원에는 여전히 그녀가 있었습니다. 저는 용기내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었죠.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당장 사귀자는 게 아니라고. 그러고는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도 그쪽이 싫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미안하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저를 거절하려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단 걸 알았습니다.
“제가 곧 캐나다로 떠나요. 거기서 완전히 정착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그쪽을 만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너무 허무하게, 그것도 첫눈에 반한 여자를 결국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목소리조차 제 스타일이었거든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제 진심을 한번 더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고작 3가지, 이름, 생년월일, 마을버스를 타는 곳 뿐. 그녀가 사는 곳도, 연락처도 몰랐기에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편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장, 두 장 쓰다 보니 어느새 3장째를 쓰고 있었고 그렇게 편지를 완성했습니다.
“제가 살면서 이성에게 첫눈에 반한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 언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신 안 올 수도 있겠지만 제 진심은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생각이 난다면, 한번이라도 제 소식이 궁금하다면 연락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꽤 오래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수업 마지막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전해줬습니다. 흠칫 놀라던 그녀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인사를 끝으로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다신 볼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바빴던 제 인생만큼 3년이란 시간은 참으로 빨랐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서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 개인 메일로 한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처음에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정말 맞는지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심지어 그 메일이 스팸인 줄 알았습니다. 그 만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였습니다. 3년전 그렇게 보내야만 했던 바로 그녀였습니다.
메일에서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3년전 내가 첫눈에 반했던 그녀의 모습처럼 그녀의 메일에도 사랑스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Part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