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딸과 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딸의 알리바이를 놀라지 않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너를 쳐다보면, '엄마는 몰라'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지만, 네가 이상해서 바라보는 게 아니야. 눈이 부셔서 그래. 그렇게 환하고 빛나는 청춘의 한 자락을 너는 당연한 듯 생각하지만, 엄마가 보기에는 맘껏 누리고 있는 네가 부럽다. 그래서, 너만 보면 웃는 거야. 나도 좋아서.
딸에게 빌려줬던 잠바를 입었는데 주머니에 종이조각이 있다.
'왜 아기 고양이는 어른이 되고, 너는 이렇게 많이 커 버렸을까. 네 머리에 다리미를 올려놓고 싶어.'
그녀 영화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먹다.
무심코 쫓아가 본 딸은 깔깔거리고, 속닥거리고, 달달하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청춘을 다시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싫다고 말하겠다.
그녀의 머리에 다리미를 올려놓아도, 그녀는 커서 어른이 되겠지.
나이가 들고 보니 좋았던 일, 나빴던 일이 모두 공평하게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좋았던 일도 아련해지고, 나빴던 일도 희미해지고. 그래서 덜 찬란하지만, 동시에 담담해지나봐. 모든 일은 다 지나가고 조금씩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엄마에게는 네가 가장 눈부셨던 순간은 계속 선명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