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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지를 고른다는 것

슈투트가르트 여행기(1)

by 엘 레나

올해 초, 우리는 스웨덴에서 독일로 거처를 옮겼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스웨덴에서 생활했던 몇 달 동안, 그리고 독일까지 오는 여정을 겪으며 난 우리 아이들이 여행을 배울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아이들과 떠났던 반나절의 나들이부터 일주일 간의 여행까지 지나온 여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독일에 온 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짧은 연휴를 맞이했다. 나조차도 낯선 땅에서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떠나볼까 말까 마음이 갈팡질팡하던 와중에 연휴 동안 아이들과 내가 집을 떠나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는 바람에, 얼떨결에 우리는 여행을 배우기 위한 여행을 조금은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후에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어디로?'라는 질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여행을 가르치기로 했지만, 대뜸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자 이제 너희들은 여행을 배우게 될 거야.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부터 하자.'라고 시작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사실 난 이 방법을 시도해봤다. 아이들에게 어디로 여행 가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프랑스 파리요!"라고 대답해서, 왜 우리가 지금 거기에 갈 수 없는지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뭐든 첫 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법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게 이 여정의 출발점을 끊는 일이었다.


육아의 90%는 반복과 기다림을 버텨내는 일,
내가 지치지 않고 버텨낼 자신이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고를 때, 내가 첫 번째로 생각한 것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나의 경계선이 어디일까였다.


십 년의 육아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게 있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위의 90%는 지겨운 반복과 기다림을 버텨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반복과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폭발하거나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인데, 첫 번째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을 때, 두 번째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너무 지쳐서 나는 더 이상의 에너지를 어딘가에 쏟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며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 아이들을 볼 때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체념하며 아이들의 말에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짜증이건 무반응이건 아이들을 대하는 데 최악이라는 부모의 태도임엔 틀림없다.

"빨리 가야 줄을 안 서고 들어가는데, 왜 이렇게 뭉그적대는 거야! 기다리는 줄 길면 다 너 때문인 거야."
"엄마는 이제 너무 힘들어. 너네들 알아서 해. 엄만 이제 몰라."

금전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집이 아닌 어딘가로 향했을 때 '본전 생각'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본전 생각은 부모 입장에서는 없는 체력도 끌어올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여행지의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 엄마 아빠가 원하는 대로 뭔가를 해야 하는 강제력으로 작용한다.

"엄마, 나는 박물관 재미없고 놀이터 가고 싶은데요." /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엄마, 다리가 아파서 이제 더 못 가겠어요." / "조금만 더 가면 엄청 멋있는 게 나온대. 참아봐."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파리에 갔다면? 나는 루브르와 베르사유 궁전에서 조금이라도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양치기 개가 양을 몰듯이 아이들을 끌고 이리저리 뛰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이들과의 여유를 즐겨야지'라며 파리까지 가서 에펠탑과 디즈니랜드를 보지 않고 돌아올 만큼 과감하지도 못하다. 엄마 아빠도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연습이 필요한 거다. 역시 첫 술에 배가 부를 수 없다.


엄마가 먼저 무너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여행을 가르치는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내 체력과 정신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하지만 여행에서의 낯선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곳, 본전 생각으로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을 만한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정한 첫 여행지는 우리 집에서 약 200km 떨어져 있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였다. 고속열차로는 2시간, 자동차로는 3시간. 여차하면 중간에 여행을 다 포기하고 집에 온다 해도 부담이 없을 거리와 딱 적당한 볼거리, 놀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 슈투트가르트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바덴-뷔르템베르그(Baden-Württemberg) 주의 주도이며, 63만 명(2020년 기준)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독일에서는 여섯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역사적으로는 10세기에 슈바벤 공작 리우돌프(Herzog Liudolf von Schwaben)가 이 지역에 말 사육 시설을 세웠다고 전해지며, 슈투트가르트라는 도시 이름 또한 '말을 키우는 농장'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Stutengarten (stud farm) → Stuttgart) 그래서인지 도시를 상징하는 엠블럼에도 검은색 말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슈투트가르트는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셰와 같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요람이자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 위키백과, 슈투트가르트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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