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症狀)

ϕ 원대한 희망

by 김은채

세상을 가늠하고 속세에 등단하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거창하리만치 자명한 염원을 품었네. 하늘의 연모로 기망(幾望)씩이나 이르게 태어났으나, 운명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탈주를 멈추지는 못하였네.


구원은 온 삶을 통틀어 기적처럼 등장한 천신의 행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네.




극단이 팽배한 양 진영에서 사랑받는 존재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듯하였네. 나는 부드러움과 강함, 낯익음과 생소함이 혼재하는 곳에서 숨 쉬는 법을 오직 본능만으로 터득했다네.


알이라는 낡은 안락함을 버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질서로의 질주를 일삼았지. 욕망은 나의 땅이요, 감정은 나의 하늘이라네.







선. 시간이 지나면 꿋꿋한 신념이 누그러지고, 먹먹한 불안이 나를 흔드는 날이 올 것이네. 나는 침묵하며 때를 기다리지만, 애써 짐작하지 않는다네. 그저 충실히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낸다네.


흔히들 망각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하더군. 고통을 해체하고, 용서를 강구하는 것. 망각은 형체 없이 삶에 흘러들어 결코 같지 않은 흐름을 만들어내고, 고유함을 새겨넣어 은폐할 수 없는 진실을 도모하네.




비로소 되찾은 자유를 호명하고, 봉인했던 충동을 해방하세. 이제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