ϕ 담대함으로부터
영겁에 걸쳐 나는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세우곤 했네. 약함을 짓누르며 경멸했고, 강함을 비명처럼 내질렀네. 그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믿었지. 나에게 있어 패배는 죽음의 신호였네.
미친 듯한 고통이 온몸을 잠식할 때조차 웃음을 잃지 않았네. 나를 죽이지 못하는 너는, 결국 나의 강함에 일조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거든.
세간은 필사적으로 살아 있는 나를 향해 정상이 아니라며 신경을 옥죄어 오더군. 되레 마음이 편해졌네. 그간 과분한 호사를 누렸던 셈이지. 외로이 돌보았던 이상(異常)에 비하면 도망가지 않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네.
내리 병마와 함께 저물어 가던 나를 가만히 불러세운 것이 그대였나, 선.
이건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쟁이자, 영원히 반복되는 역사라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미움도, 원망도, 증오도 아니었네. 후회도, 복수도 아니었어. 과거에 빚지고, 미래를 빌려서까지 찾아 헤맸던 답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네.
나는 다만 나의 길을 걷겠네. 그것이 나의 길이고, 유례 없는 행보였기에 감히 나를 앞서거나 뒤따라올 자 없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 뜻밖인 일들의 연속이겠지만, 동시에 내가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적시인 셈이지.
인간의 불완전함과 세상의 불분명함. 그것이 이 세계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며, 그토록 사무치는 아름다움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