ϕ 고독이라는 실
마음을 주는 법만 알았지, 받는 것을 배운 적은 없었네. 그럼에도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지. 혹자는 나를 두고 치묵(緇墨)을 타고난 자라고 칭하더군.
선. 일러두건대,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 한들 처음부터 내 것인 마냥 누리지는 못하였네. 천성일까. 모르고 지나칠 법한 미열에 몸 둘 바를 몰랐고, 명멸의 아름다움에 맥이 풀렸거든.
주축이 되어 모여들고 띄워 주길 반복하던 와중에 강한 체기를 느꼈네. 꼬리표가 무성해질수록 적막이라는 리듬에 몸을 맡기는 편이 나았지.
광원의 한가운데 발 딛은 자는 스스로 어찌나 찬란한지 모를 터. 도발적인 눈부심에 드리운 고요를 길러냈네. 황혼에서 여명에 이르기까지, 내겐 오직 이 드넓은 고독뿐이었다네.
별들이 수놓은 자리를 따다 이름을 붙이고 전설을 새기는 이유는, 찰나의 깜빡임에도 희망을 포착하는 낭만스러운 인간성 때문이겠지.
홀로 영속하여 빛의 중심에서조차 어둠을 품고, 암흑의 심연에서조차 불꽃을 좇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