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미완성을 수용한다는 것)
또또가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아침에 같이 회사를 따라오고 있다. 아침일찍 일어나 같이 맥드라이브 쓰루에서 해쉬브라운을 먹으며 오는길 도란도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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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앞 스타벅스 카페에서 먹고 싶은 아침메뉴를 골라 가져온 숙제랑 책이랑 읽으며 엄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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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같이 점심을 먹고, 회사 건물 카페로 같이와서 본인만의 드로잉이나 영상편집작업(?)을 하고 단축근무 퇴근을 함께하며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나들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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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축근무를 하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정인데, 이 코스를 아이는 그렇게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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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방학때, 텅 빈 집에서 동생과 주전부리를 챙겨먹으며 하루종일 tv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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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를 실컷 보며 처음엔 참 좋다고 생각했었다. 머리가 울렁거릴 정도로 봤던 것 같다. 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꼈고 뭔가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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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엄마들처럼 학원에 뺑뺑 돌릴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뺑뺑이 학원을 다녀봐서 안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채 다니는 학원은 공허한 의무감의 노잼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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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파트를 파악해서 잘할 수 있게 짚어주고 세워주는 것을, 학원 선생님들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요즘 퇴근 후 저녁에 30분씩 아이의 부진한 파트 학습도 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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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 아이가 자라면 주변에서 듣는 얘기들이 많다. "어떻게 키워야 한다", "어떤 학원은 필수다", "어떻게 모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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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필요한 얘기를 분별하는게 요즘은 좀 어렵다고 느낀다. 나 자신이 뭔가 부족한 엄마로 느껴질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언제나 미완성이라고 느낀다. 미완성이라 답답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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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온전한 셋팅값이라는게 나올까? 싶다. 평생 안나올 것 같다. 그래서 미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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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완성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언젠가 다가올거란 온전한 셋팅상태를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것. 지금 주어진 만찬을 즐기지 못하고 나중에..나중에..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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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행복을 콩알만한 크기라도 찾아내서, 음미하며 누리고 싶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어떤 학원에서 뭘 배웠는지보다, 엄마랑 차타고 가며 먹었던 해쉬브라운, 가면서 나눈 대화, 느낌, 끝난뒤 운동가고 나들이가는 시간들을 추억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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