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빠랑 안 친하니?"

엄마의 브랜딩 #029 : K장녀가 엄마를 버린다는 것의 의미(2)

by 엄마의 브랜딩

#아빠


아빠는 대화가 서툰 사람이었다. 좁은 세상의 뷰에 갇힌 사람이었다. 그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두꺼워지는 벽에 갇힌 아빠를 보며, 나는 마음이 슬펐다. 아빠의 삶이 외롭고 쓸쓸할 것이 슬펐고, 더 이상 그 벽에 소통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게 슬펐다.


말 못했던 아기였을 때, 아빠와 찍은 사진을 보면 나도 웃고 아빠도 웃고 있었다. 어릴 때, 내가 쓰러져 병원에 갔을 때 아빠가 자던나를 들쳐엎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우리는 비언어적인 행동으로밖에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 아빠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우리는 언어로 대화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정말 어려움을 겪은 사건들이 몇번 있었는데, 그때 고민고민 하다 아빠에게 두세번 나눈 적이 있었다. 아빠의 T적인 마인드는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적인 대답이 많았고, 나는 아빠가 감정 공감은 어렵지만 솔루션에 대해서는 엄마보다 낫다고 느꼈다.


예전에, 교회 청년부에서였던가. 청년부 목사님이 재정부였던 아빠를 만나러 아빠 회사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다녀오고 난 주일에 나를 보시고, "너 아빠랑 안 친하니?"라고 하셨다. 생소했다. 아빠와 친한다는 표현이. 그때 알았다. 나는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친밀감이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는 것을. 그날 들었던 한 문장의 말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말이다. 그 어떤 상황보다 내가 사랑받는 자녀이고 싶었고, 부모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원했었기 때문이겠지.


사랑은 포기했지만, 내 마음엔 큰 구멍이 있었다. 언제나 공허했고, 사는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너무 빨리 어른 껍데기를 써버렸고, 많은 것들을 숨겨야했으며, 가면을 쓰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껍데기 속에 있는 건 겁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거지같이 느껴진 아이였다.


https://brunch.co.kr/@kimeunho/1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K장녀가 엄마를 버린다는 것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