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어른되면 다 운전할 줄 알았지)
나에게 운전은 최고의 로망 중 하나였다. 원하는 스타일의 멋진 차를 끌고 드라이브하기, 음악 크게 틀고 야경투어 하기,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어른이 되면 당연히 운전은 하게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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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면허를 땄다. 이때 아니면 언제 트럭을 몰아볼까 싶어 1종 보통으로 땄다. 면허를 따기만 하면 나는 운전 프리 패스! 완전 전문 베테랑 드라이버가 되어 차를 뽑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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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했던 것은 면허학원을 다니면서부터였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것은 '시험 통과하는 법'으로 느껴졌다. 운전의 전반적인 것을 전혀 모르니 이렇게 하면 탈 줄 아는 건가?? 하며 작동법을 익히고, 시험 코스를 외웠다. 필기부터 실기까지 한큐에 패스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운전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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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차를 많이 몰아봐야 한다고. 그런가??하며 부모님 차를 몰래 끌고 새벽에 나와봤다. 그때의 나는 도로 규칙은 다 잊었고, 운전에서 뭘 체크해야 하고 뭘 봐야 하는지 전-혀 무지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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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운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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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기기의 동작법
-다양한 교통규칙 암기 및 이해
-차가 움직일 때 공간/거리인지 감각
-그 외 변수의 상황을 볼 줄 아는 멀티 감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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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하는 거였다. 숲을 먼저 봐야 하는 나에게는 이런 전반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있어야 했다. 나는 낚시 코스 외워서 합격하고 바다 위에 혼자 둥둥 떠 있는 작은 배의 선장 같았다. 어디서부터,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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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차를 타려고 한 날, 1종을 땄던 나는 2종 승용차에서 어디가 엑셀이고 브레이크인지부터 막혔다. 어디선가 급정거? 급시동?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나 엑셀을 밟고 시동 걸면 안 된다 했던 게 얼핏 기억났다. 30분 동안 뭔지 몰라 고민하다 밖에 나가서 새벽 운동하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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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해하는 사람의 얼굴을 뒤로하고 차를 일단 끌고 나왔다. 도로로 진입하려는데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헷갈렸다. 새벽이라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느낌대로 몰았다. 아침이 되어 확인해 보니 난 역주행을 했다. 첫날부터 엑셀/브레이크도 모르고 역주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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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겁내서 한참 안 하다가 다시 용기 내서 운전을 시도했을 때 나의 기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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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차하면서 화분 들이받음
-주차하다가 외제차 긁음
-비 오는 날 엑셀 밟지 않고 운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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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를 긁고 나서 부모님은 차 키 봉인+운전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 후로 20여 년 가까이 장롱면허의 표본이 되어 <난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살았다. 운전은 못하면 나만 다치는 게 아니니까 더 겁이 났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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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정말 운전을 못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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