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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Jul 06. 2023

이상하다??왜 운전을 못하지??

(ft.어른되면 다 운전할 줄 알았지)

나에게 운전은 최고의 로망 중 하나였다. 원하는 스타일의 멋진 차를 끌고 드라이브하기, 음악 크게 틀고 야경투어 하기,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어른이 되면 당연히 운전은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면허를 땄다. 이때 아니면 언제 트럭을 몰아볼까 싶어 1종 보통으로 땄다. 면허를 따기만 하면 나는 운전 프리 패스! 완전 전문 베테랑 드라이버가 되어 차를 뽑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 이거 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했던 것은 면허학원을 다니면서부터였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것은 '시험 통과하는 법'으로 느껴졌다. 운전의 전반적인 것을 전혀 모르니 이렇게 하면 탈 줄 아는 건가?? 하며 작동법을 익히고, 시험 코스를 외웠다. 필기부터 실기까지 한큐에 패스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운전을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차를 많이 몰아봐야 한다고. 그런가??하며 부모님 차를 몰래 끌고 새벽에 나와봤다. 그때의 나는 도로 규칙은 다 잊었고, 운전에서 뭘 체크해야 하고 뭘 봐야 하는지 전-혀 무지한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전이란

-자동차라는 기기의 동작법

-다양한 교통규칙 암기 및 이해

-차가 움직일 때 공간/거리인지 감각

-그 외 변수의 상황을 볼 줄 아는 멀티 감지 능력

이 모든 것들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하는 거였다. 숲을 먼저 봐야 하는 나에게는 이런 전반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있어야 했다. 나는 낚시 코스 외워서 합격하고 바다 위에 혼자 둥둥 떠 있는 작은 배의 선장 같았다. 어디서부터,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는.⠀


몰래 차를 타려고 한 날, 1종을 땄던 나는 2종 승용차에서 어디가 엑셀이고 브레이크인지부터 막혔다. 어디선가 급정거? 급시동?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나 엑셀을 밟고 시동 걸면 안 된다 했던 게 얼핏 기억났다. 30분 동안 뭔지 몰라 고민하다 밖에 나가서 새벽 운동하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봤었다.

황당해하는 사람의 얼굴을 뒤로하고 차를 일단 끌고 나왔다. 도로로 진입하려는데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헷갈렸다. 새벽이라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느낌대로 몰았다. 아침이 되어 확인해 보니 난 역주행을 했다. 첫날부터 엑셀/브레이크도 모르고 역주행이라니.

그 후로 겁내서 한참 안 하다가 다시 용기 내서 운전을 시도했을 때 나의 기록들은

-출차하면서 화분 들이받음

-주차하다가 외제차 긁음

-비 오는 날 엑셀 밟지 않고 운전함

벤츠를 긁고 나서 부모님은 차 키 봉인+운전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 후로 20여 년 가까이 장롱면허의 표본이 되어 <난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살았다. 운전은 못하면 나만 다치는 게 아니니까 더 겁이 났고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정말 운전을 못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https://brunch.co.kr/@kimeunh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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