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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도(不偸盜)

남의 것을 탐하지 않기

by 현루


불투도(不偸盜) — 남의 것을 탐하지 않기



불교에서 두 번째로 강조되는 기본 계율은 불투도(不偸盜)입니다.

한자로 보면 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즉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도둑질’은 단지 물건을 훔치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의 것을 탐하거나, 부당하게 취하는

모든 행위가 이 계율에 포함됩니다.


훔친다는 건 단지 물건만이 아니다


이 계율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탐심(貪心)’— 즉 갖고 싶어 하는 욕심이

문제의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시간이나 신뢰, 노력을 가로채는 것도 ‘투도(偸盜)’의 일종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노력을 자신이 한 것처럼 꾸미는 일,

공공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

시간을 정해 놓고 일하기로 했는데,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피우는 일,


이 모든 것이 ‘불투도’를 어기는 행동입니다.

이처럼 불투도는 단지 형법상의 ‘절도’보다

훨씬 넓은 의미에서

“정직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가르칩니다. 부처님께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正命, 정명)을 말씀하시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내 몫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자유라고 하셨습니다.


남의 것을 훔친다는 건 결국 나를 잃는 일


남의 것을 빼앗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일입니다.

탐욕은 끝이 없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큽니다.
도둑질은 물건 하나를 얻는 대신,

양심과 신뢰, 그리고 내면의 평화를 잃게 만듭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도둑질이라도 습관이 되면
그 사람의 인생은 스스로 무너진다.”



어쩌면 우리는 ‘나는 훔치지 않으니까 상관없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계율은 단순한 법적 금지 조항이 아닙니다.

‘탐하지 않는 삶’, ‘만족하는 삶’으로 가기

위한 마음의 훈련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지 않기 위한 마음은,

동시에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다스리는 마음입니다.


불투도는 관계를 지키는 약속이다


이 계율은 단지 ‘도덕적 사람’이 되자는 말이 아닙니다.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원칙입니다. 사람 사이의 신뢰, 사회의 질서, 공동체의 건강함은 모두 남의 것을 침해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도 포함됩니다.
가끔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도 훔침을 저지릅니다.
자신의 시간을 남에게 맞추기만 하며 ‘자기 삶’을 빼앗기거나,
자신이 정말 원하는 길을 알면서도 용기 없이 외면하며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자기 인생을 훔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불교는 그 모든 관계 속에서 진실하고 당당한 나로 사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오늘의 마음 연습


오늘 하루,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아 보세요.

나는 혹시 무심코 남의 물건이나 시간을 쉽게 생각하진 않았는가?

남의 노력을 내 것처럼 취하지 않았는가?

내가 충분히 가진 것에도 불구하고 더 욕심을 내고 있진 않았는가?

이 질문들은 우리를 자책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자유롭고 바른 삶으로 이끄는 불빛이 되어줍니다.


‘불투도’는 단지 손을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라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충고입니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삶은,

결국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내 인생이 투명해지는 삶입니다.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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