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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속의 고요

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by 현루

가만히 멈추니


내 안의 소란도


멈추어 주었다.



멈춤 속의 고요




가만히 멈추니, 내 안의 소란도

함께 멈추어 주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로 작은 숨결이 스며들었습니다.

우리는 늘 앞으로만 나아가려 합니다.


해야 할 일에 마음을 채우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의 소리가 더 크게 뒤엉켜 버리곤 합니다.

멈추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붙잡던 것들이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소란은 내가 키워온 그림자였다는 것을.


잠시 걸음을 멈추는 순간,

바람이 스쳐가듯 그 어지러움도 잦아듭니다.

처음엔 낯섭니다.


손에 쥔 일을 놓아버리면 공허함이

찾아올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비워진 자리에는 새로운 온기가 들어옵니다.


조용히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은 조금씩 잔잔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거나,

흘러가는 구름을 눈으로 좇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잠시 멈추는 동안,

내 마음의 소란은 길을 잃고,

그 자리에 고요가 내려앉습니다.

가만히 멈춘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쫓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온 평화가

조용히 다가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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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