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연애, 그 설렘
현루
오랜 창가에 기대어
마른 낙엽 지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문득, 바람결에 실려 오는
어린 날의 붉은 노을 한 조각.
그리움의 빛깔로 물든
풋풋했던 연애, 그 설렘.
손끝 스치면 온 세상이
작은 나비 날갯짓처럼
아슬하게 떨리던 순간들.
밤새워 주고받던
별빛 같은 속삭임은
지금도 내 심장 속
가장 부드러운 살결에
고운 흉터처럼 남아 있다.
이제는
두 발로 그대에게 달려갈 수 없고
황홀한 춤을 출 수도 없지만
내 마음의 뜰에는
여전히 시들지 않는
수줍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그대 눈빛에
내가 온전히 담기던
투명하고도 눈부셨던 계절.
그 순간들은 시간의 강물 위에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처럼 박혀
만질수록 더욱 따스한 윤기를 낸다.
지금도 나는
그 기억의 길 위를
천천히, 조용히 걸어간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심장의 발자국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