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무사하다는 것

by 현루

오늘 하루가 무사하다는 것


예전에는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는 말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가 지나가면 다음 날이 오고, 또 그다음 날이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나는 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오면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이 되면 하루가 끝나는 것. 그것은 너무도 익숙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하루의 끝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늦은 저녁이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구나.’
그 생각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가던 하루가 이제는 하나의 시간으로 또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하루를 아주 쉽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하고 여러 장면을 지나갑니다.

어떤 날은 별다른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날은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됩니다.
요즘 저는 하루를 조금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시작되는구나.’
그 생각은 대단한 결심을 담고 있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저녁이 되면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구나.’
그 말에는 아주 작은 안도감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하루가 언제나 평온하게 지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조금 불편한 날도 있고, 마음이 괜히 무거워지는 날도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져서 하루가 길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끝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조용히 마음에 남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지나왔구나.’
그 말은 어쩌면 아주 단순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말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그 하루 동안 몸이 버텨 주었고, 마음도 그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늘 큰 일들만 기억하려고 할 때가 많습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인상 깊은 순간들만이 의미 있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을 조금 천천히 바라보면 다른 사실이 보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도 사실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잠깐 창밖을 바라보고, 생각을 조금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는 것. 그런 평범한 시간들이 사실은 삶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하루의 끝을 조금 조용하게 맞이하려고 합니다.
하루가 끝나는 시간에 잠시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 어떤 마음으로 지나왔는지, 어떤 순간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제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말입니다.
특별한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생각 속에서 하루가 조금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일이 오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오늘이라는 하루는 다시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의 끝이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오늘 하루가 무사하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조용한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큰 사건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하루가 지나고, 지금 이 시간에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고 견뎠고
잘 지나왔어


그리고 그 말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라기보다, 제 자신에게 건네는 작은 인사에 가깝습니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되는지 저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분명히 제 삶 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시작되는 이 시간에 조용히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가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