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사랑을 싣고

이민자의 부엌 작가님 부부와의 만남

by 현루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내게도 선물처럼 찾아왔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글을 가끔 마주친다.

작가님들이 글 너머 실제로 만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

그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저런 상황은 나와는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만의 특별한 인연이라고 여겼으니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상황처럼 느꼈다.
그런데 그 일이, 정말로 나에게도 일어났다.
캐나다로 이민 가서 새로운 삶을 일구며 ‘이민자의 부엌’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시는 작가님.

남편의 출장 일정에 맞춰 한국에 잠시 들어오신 작가님이, 귀한 시간을 내어 부부가 인천에서 포항까지 일부러 찾아와 주셨다.

인천에서 포항까지는 차로만 해도 5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다.
어제 월요일 점심시간, 포항의 한 호텔 일식 뷔페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작가님 부부가 먼저 와 계셨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세팅을 미리 하시고 식사비를 계산해 두셨다는 사실에 그분들의 마음이 와닿았다.

그렇게 함께 와주시고 밥 한 끼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선물을 못 사 왔다”라며 필요한 걸 사라고 적지 않은 돈까지 조용히 건네주셨다.
순간, 내 안에서 표현은 못했지만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에 전달되었다.

마음을 중요시 여기는 내게 표현하자면 뭉클함과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마음이구나.’ 처음으로 누군가의 진심 어린 배려를 온몸으로 느꼈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어색함이 오래가지 않았다.

글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조금씩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사는 이야기, 글 쓰는 이야기, 캐나다 이민 생활의 고단함과 기쁨, 한국에 잠시 돌아와 느끼는 감정들까지. 특별한 주제는 없었지만,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를 마시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오랜 지인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작가님은 한 살 위셨는데, 그 나이 차이가 오히려 대화를 더 부드럽고 깊게 만들어주었다.

부부의 따뜻한 시선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니,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부부의 선함과 밝음이 얼굴에서부터 느껴졌다.

댓글에 진심인 이민자의 부엌 작가님을 만나기 전 상상해 봤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느껴져 "나도 결혼할걸"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이 부부처럼 나이 들어가는 것이 정말 본이 되겠다

라고 요양사와 돌아오면서 얘기할 정도였으니까.
아쉬움은 금세 찾아왔다.

함께 동행했던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퇴근 시간 때문에 우리는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현실적인 상황에 시간을 접어야 했다.
사진은 달랑 한 장이었다.

서로 사진 찍는 걸 크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 셋이서 함께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한 장이면 충분했다.

오히려 과도한 기록 없이, 마음으로 새기는 이 만남이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 만남은 단순한 ‘한 번의 식사’가 아니었다.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이어진 인연이었다. 캐나다라는 먼 땅에서 한국으로, 다시 포항까지 찾아와 준 그 마음. 미리 계산해 둔 식사비와, 조용히 건네준 선물 같은 돈.

그리고 어색함 없이 흘러간 긴 대화들.

모든 것이 내게는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이었다.
브런치에서만 읽던 그 따뜻한 장면들이,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하고, 서로의 글을 응원하며 지낼 것 같다.

삶은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 인연이 한 페이지로 오래 남을 소중한 기억이 되리라는 걸, 나는 이미 느끼고 있다.
이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진심 어린 마음은 국경도, 거리도, 바쁜 일상도 넘어선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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