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숲길

by 현루


숲길을 걷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걷는다.
이 길에 이 시간이 머무는 대로.

말을 줄이면
세상이 들린다.
내가 내는 발자국 소리,
부스럭거리는 낙엽의 목소리,
고요한 숲의 숨결이
하나씩 내 안으로 스며든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새가 날아가는 숨결,
멀리서 들려오는 물의 속삭임,
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나는 결.

그리고 그 모든 사이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들리는
내 안의 소리.
내가 미처 듣지 못했던 내 마음,
억눌러왔던 감정,
말이 되지 않은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고요는
비워야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둘 때 온다.
억지로 멈추려 하면 더 소란스럽고,
침묵을 의식하면 오히려 시끄럽다.
진짜 고요는
그저 거기 있는 것,
그저 내가 거기에 닿는 것.

숲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말하고 있었다.
그늘진 이파리는 부드럽게 위로하고,
구부러진 나무는 조용히 웃으며 지나간다.
하늘을 향해 자란 가지는
오늘도 묵묵히 제 빛을 따라가고 있다.

나는 그저
그 길 위에 놓인 하나의 생명일 뿐.
더 크지도, 작지도 않다.
숲처럼 말없이 살아간다면
지나가는 바람도
잠시 내 어깨에 앉아 쉬어가지 않을까.

말을 덜고,
생각을 덜고,
숨을 길게 내쉬니
내 안에도 숲이 자란다.
소란한 세상에도
이 고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숲길 어딘가에
항상 나를 기다리는
고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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