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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크림 선택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감.

by 소심소망

입에서 하루종일 씁쓸한 맛이 묻어났다.

그 맛은 어디에서 온건지 알수가 없었다. 출근하는 지하철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기어이 앉아있는 사람으로 부터인건지, 아니면 그 이전 어제밤에 엄마에게 짜증을 부린 전화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더 그 이전에 주말에 늦잠을 자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무기력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훨씬 더 이전에 기억도 나지 않는 무언가의 일들 때문이었는지,


평소 단걸 좋아하지 않지만 일부로 한정거장 먼저 내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31가지보다는 좀 가지수가 적은 아이스크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충분했고, 선택을 고려하는건 사실 그 중에 몇 되지 않았다. 대여섯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옆에 있었는데 나름 신중하게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 그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소리는 순식간에 아이스크림 가게의 분위기를 뒤집었고 그 이유는 고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3개만 고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엄마의 선언 때문이었다. 그 순간 보이는 모든 것이 나를 향하길 바라고, 모든 것을 가지고 싶었던 마음이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선택하고도 내가 만족할 자신이 없었다.


매사 망설임이 가득한 자신이지만 이제라도 나의 이런 모습을 사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나는소심한 사람이다. 후회도 많다. 뭐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인생은 나에게 왜이렇게 많은 선택지를 주는지 원망스러울 만큼 결정장애인이다.


커피를 주문하기 전까지 아이스와 핫을 고민하고,

커피를 받자마자 주문하지 못한 커피가 생각난다.

다행하게도 아메리카노만 먹어서 두가지의 고민에 그칠 수 있어 감사하다. 나는 항상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사람이며,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대롱대롱 아쉬움을 달고 살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원하는 것조차 잘 몰라 나에게도 소심한 사람이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를때도,

점심메뉴를 고를때도,

대학을 선택할 때도, 면접을 볼때도 회사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출근했던 그 때의 결정을 만족하기보다는 가지못한 길에 대해 허황된 시나리오와 상상을 하고있는 나에게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했다.


인생은 씁쓸한 맛도 있는 법이니까, 현실에서 조그마한 틈을 놓치지 않고 내 꿈을 잡고 있는다면 언젠가 이룰수도 있다고..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수없이 놓치고 다시 잡았던 그 끈을 이제는 조금 더 단단히 잡아보려고 한다.


작은 선택도 큰 선택도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인생은 큰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보다 씁쓸한 입에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무는 순간이 더 행복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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