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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봉 Jun 29. 2021

왜 나만 커피 안 줘?



나는 계약직이라고 물질적으로 차별받는 거

(계약직 직원만 빼고 맛있는 점심 회식을 한다던가, 선물을 빼고 준다던가 하는)

인터넷에서만 보는 건 줄 알았다.

근데 그걸 나도 실제로 겪었다.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할 때였다.

원래 있던 부서가 사라지면서 다른 팀으로 우리 팀원들이 흡수되면서

계약기간에 어중간하게 남은 시점에 팀 이동을 하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그 팀에 계약직 직원이 나 하나였다.


처음에 있던 팀도 그렇긴 했는데

거기는 워낙에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분위기였고

차별 같은 것도 하나도 없이 잘 대해주셔서 아 이 회사는 이런 곳이구나~하고

착각에 빠져있던걸 그 팀 팀장이 한방에 깨버렸다.


팀원들이 여행 다녀오면 가볍게 기념품 한두 개씩 챙겨 와서

돌리는 게 일종의 룰같은거였는데

팀장이 유럽에 꽤 길게 여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날 아침에

책상 위에 유럽 말이 잔뜩 쓰여있는 감자깎이가 올려져 있었다.


‘오.. 특이한 선물이네’ 하고 일 하다가

그해에 공채로 입사한 친분이 있던 직원이랑 같이 퇴근하는데

되게 고급져 보이는 커피 보여주면서

팀장님이 준 커피 이따가 먹어보려고 챙겨간다며 보여주는데 어이가 없었다.


아니 굳이 굳이 정규직 직원들은 커피 사주고

계약직 직원인 나에게만 감자깎이를 주는 정성 가득한 저의가 뭐였을까?


계약직 다운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소소한 보복이었던 건가

다들 이 팀장 팀으로 가야 된다고 할 때 학을 떼면서 싫어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다.


여기에서 1차로 정이 떨어져 있었는데

계약기 다 끝나가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팀장이 내 자리로 오더니

3개월 더 연장해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싫었다. 너 같은 좀팽이 밑에서? 웩

바로 거절하면 또 싫어할까 봐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며칠 버티고

부드럽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알겠다고 생각해보라고 외근 나간 팀장 놈이

정확히 두 시간 있다가 전화해서

그래서 생각해본 결과는?

이러는데 진짜...

저 인간 밑에서 몇 년이고 일 할 이 사람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는 원래 계약기간만 채우고 잽싸게 그곳을 탈출했다.



하지만 이런 찌질한 차별은 계약직만 당하는 게 아니었으니...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원래 있던 팀장이 이동을 하면서 지금 팀장이 우리 팀으로 오게 됐는데

우리 팀 팀장으로 온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또 싫어하기 시작하는 거다.

아니 이렇게 팀장복이 없다고?


뭔가 느낌이 싸해서 그냥 알게 모르게 거리를 뒀는데

(사실 그렇다고 하기엔 노골적으로 점심에 같이 밥을 안 먹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이번에 팀 자리이동을 하면서

나만 자리가 우리 팀과 붙어있는 다른 팀 구석으로 옮겨졌다.

이건 전에 다른 직원도 그런 적이 있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다른 팀에 붙어 앉아있어도

소리는 다 들린단 말이다.


팀장이 부스럭부스럭거리면서

“내가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말이야~ 과자 좀 먹어봐~”

하면서 나만 쏙 빼고 나눠주는 게 아닌가


이건 기분이 나쁜 문제를 떠나서 사실 너무 우스워서

‘ㅋㅋㅋㅋㅋㅋ’를 스무 개쯤 붙이고 싶은 기분이랄까


왜 소위 직급을 달고 있는 인간들은

직원들이 지들한테 철저히 읍으로 굴지 않으면 못마땅해하는 걸까?

인생의 어떠한 결핍을 조직 내에서의 쪼잔한 갑질을 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일까.

불쌍한 중생이여...


이 쫌생이와 좀팽이가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을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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