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월호
'어서 김서방에게 전화해보래두.'
아내의 재촉에도 박영감은 눈 하나 까딱 않고 스마트폰을 만져댈 뿐이다. 주소록을 열어보는 모양새가 전화를 하긴 하려는 거 같은데 정작 통화 버튼이 아닌 다른 것들을 눌러보고 있다.
'아니 뭐하는 거예요? 빨리 하라니까.'
'잠만 기다려봐. 기왕 전화하는 거 영상으로 해보자구.'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결국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50 살은 어려 보이는 학생이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준다.
응 김서방 뭐하는가.
아니 다름이 아니구 내 김서방 덕에 처음으로 제주도를 다 가보네 그려.
같이 가면 좋긴 한디, 어디 회사원이 그럴 수 있나. 남자한텐 회사 말은 '나 죽었네' 하고 들어야 할 때가 있지.
차라리 이번에는 우리 내우간에만 가는 게 여러모로 잘된 거다 싶네.
고맙네 김서방. 내 딸 앞으로도 잘 부탁 허네.
박영감의 꼬장꼬장한 성격이 묻어나는 낮은 목소리 위로 옆 여학생들이 투닥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넌 그냥 앉아있어라 쫌. 방송 못 들었어? 가만히 있으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