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기계발'이라는 것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때는 12월이 접어들던 무렵
나에게 갑작스러운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갑작스럽다고 하긴 했지만
내 삶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녀석이다)
직업윤리
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
12월 한 달 내내
나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8시 반 출근이라는 규정을 지켰어야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거나
1교시가 시작되는 9시 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하는 식이었다.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극심한 무기력증.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지독히 사랑해주는
내 친구.
어떤 날에는 몸은 일으켰지만
도저히 씻을 수가 없어
화장실 문턱에 앉은 채로
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수염도 밀지 못하고
모자를 쓰고
헐레벌떡 출근할 때도 있었다.
겨우겨우 겨울방학이 시작할 때까지 버티고 버텼다.
이제 조금 쉬겠구나.
분명 몸은 쉬고 있었지만
나는 침대 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겨울방학의 반절이 지나갔다.